지구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믿었던 화석(化石·동식물 유해나 흔적)이 알고봤더니 그냥 ‘돌맹이’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결국 최고령 화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두 번째로 오래된 화석이 최고령 화석이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지구과학과 마틴 브레이저 교수와 서호주대 공동 연구진은 34억 6000만년 전 지구에 살았던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됐다.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은 1993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소개되면서 최고령 화석에 올랐다. 당시 과학자들이 화석 연대를 분석한 결과 34억 6000만년 전 살았던 생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이 화석을 둘러싼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남세균’으로도 불리는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며 물 속에 살았던 단세포 생물로 36억년 전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면서 지구에 산소 양을 늘리는 데 일등공신을 한 생물로 불린다.
연구진은 여러가지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이 화석을 다시 살폈다. 전자현미경과 레이저현미경, 이차이온질량분석기(물체에 이온을 쏴서 방출되는 입자를 분석하는 기술), 미세구조를 볼 수 있는 3D스캐닝까지 동원했다. 그 결과 화석에서 생물체 흔적인 유기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승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암석이 34억 6000만년 전 만들어진 이후 땅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물(열수)로 인해 상태가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기물이 아닌,
최고령 화석이 그냥 돌맹이로 밝혀지면서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은 34억 3000만년 전에 살았던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화석은 분석결과 유기물이 발견돼 생물일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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