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경제유발 효과가 크다. 의료서비스는 대표적 지식산업이기도 하지만 고용창출이 많은 노동집약적 산업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은 총 매출액이 약 1조 5000억원인데, 직원이 약 1만명에 달한다. 서울아산병원과 매출액이 비슷한 제조업체나 서비스회사는 일반적으로 전체 직원이 1000명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산업 성장은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을 앞선다. 지난 60년간 미국 의료산업과 경제성장 추이를 살펴보면, 의료가 경제를 견인했다. 미국의 한 유명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따르면, 미국은 1950~2011년 실질 GDP성장률이 연평균 2.0%였지만 국민의 실질 의료비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4.4%에 달했다. GDP 대비 4.4%였던 의료시장 규모가 60년새 17.9%로 4배 이상 커졌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이 내수살리기 한축으로 의료산업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경제적 효과’보고서를 통해 “존스홉킨스대학 병원과 같은 해외 유명 의료법인을 도입하고 의료산업을 한국의 핵심산업으로 키울 경우, 18만 7000개 고용창출, 10조 5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 병원이 도시 전체를 먹여살리는 사례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이나 메이요클리닉에서 찾을 수있다.
존스홉킨스는 한해 외래환자 280만 명, 응급병동 환자 35만 명 등을 치료해 연간 70억 달러(2015년 회계연도 기준·약 7조 7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거대 병원그룹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몰려드는 환자들로 볼티모어시 올리언스가(街)를 따라 커다란 의료타운을 형성할 정도다. 미국 내륙 북동쪽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시에 둥지를 틀고 있는 메이요 클리닉도 도시 전체를 먹여살리는 대표적 병원이다. 약 10만명이 몰려사는 로체스터 인구의 50%는 메이요 병원 관련 종사자다. 호텔, 공항을 모두 메이요에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이 지역을 ‘메이요 인더스트리 타운 타운’이라고 부른다. 메이요 클리닉은 비영리 의료법인으로 약 3800명의 의사와 연구자, 약 5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정부도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존스홉킨스병원을 유치하려고 공을 들여왔다. 국내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의료 수준이 세계적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존스홉킨스와 같은 세계 일류병원을 유치할려는 이유는 무형의 성징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존스홉킨스나 메이요 클리닉과 같은 세계 일류병원을 국내에 유치할 경우 국내 환자보다 중국과 동남아, 러시아극동, 중앙아시아 의 부유층을 유인하는 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한다. 2017년 50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정부 목표도 더 앞당길 수 있을 지 모른다. 세계 일류병원이 들어서면 세계시장 점유율이 1.5% 정도인 우리나라 의료시장 규모(약 100조원)가 커지면서 의료분야 고용도 현재 40만명(전체 취업자의 3.2%)에서 더욱 확대될 수
이를 위해서는 먼저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의료법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돈만 밝히는 곳이라는 부정적 측면만 보지말고 고용과 국부를 창출하는 긍정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외국인환자 유치로 국내 병원의 경영이 탄탄하면 오히려 의료비를 올리지 않고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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