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은 머리가 불편하거나 아픈 것을 말한다. 두통은 뇌 자체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두개골막, 혈관, 일부 뇌신경, 부비동(코 주변 뼈 속에 형성된 공간), 근육 등 통증에 민감한 조직이 왜곡되거나 자극을 받을 때 발생한다.
가끔 나타나는 두통은 진통제 1~2알로 해결되지만 도통 진정이 되지 않는 만성두통에는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직장인 박한성(47·가명)씨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에 진통제를 먹어봤지만 그때뿐이었다. 혹시나 다른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스트레스성 두통이나 신경성 두통인 것 같다는 의사들의 말에 답답하기만 하다. 박 씨처럼 만성적인 두통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의 삶을 떨어뜨리는 4대질환으로 사지마비, 정신질환, 치매와 함께 두통을 꼽는다. 김재문 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장)는 “일반적으로 두통이 생기면 머리의 문제라고 생각해 각종 검사를 받지만 두통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부적절한 치료로 인해 만성두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만성두통은 전체 두통환자의 2%가 앓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많아진다. 현재까지 만성두통에 효과가 입증된 약은 아직 없다.
두통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먼저 일차성 두통인지, 이차성 두통인지 구별해야 한다. 일차성 두통은 두통을 유발한 원인이 명확하게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편두통, 긴장성 두통, 자율신경 두통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차성 두통은 특별한 원인이 있는 뇌출혈, 뇌종양, 뇌막염 등과 같은 질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가능한한 빨리 대학종합병원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찾아 CT나 MRI로 정밀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차성 두통은 50대 이후에 갑자기 새로 생긴 두통이거나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 의식이 혼미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할 수 없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가운데 긴장성 두통이 약 55%, 편두통이 약 40%를 차지한다. 머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나타난 두통은 전체의 1%미만이다. 편두통도 상당수 환자가 약물남용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차성 두통이 생기면 일단 타이레놀과 같은 두통약을 먹는다. 그래도 약효가 없으면 용량을 늘려 한번 더 두통약을 복용해본다. 다만 두통약은 한달에 10회이상 복용하면 안된다. 김병건 을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약은 복통이나 구토, 구역질과 같은 전조증상이 나타날 때 미리 먹는 게 효과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대학종합병원 신경과나 내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고 두통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두통은 하루 종일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사무직 근로자들에서 자주 나타난다. 계절은 개학·입사, 인사가 맞물려 있어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봄에 두통이 잘 생긴다. 또한 요즘과 같이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10도를 웃도는 환절기에 두통이 심해진다. 여름에도 에어컨을 사용해 실내와 실외의 기온차이가 심할때 두통이 잘 발생한다.
생각이 많을수록 두통이 유발되는 이유는 생각이 과다하면, 근육이 긴장되고 자율신경이 과민해지기 때문이다. 주민경 한림대 평촌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근육의 긴장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곳은 바로 뒷목으로 이들 근육의 긴장이 뒷목을 뻗치게 하고 두통을 일으키며, 눈의 피로를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실내외 기온차가 5~8도이상 나는 환경에서 오래 있으면 피로감, 어지럼증, 소화불량과 함께 편두통이 잘 생긴다. 일교차가 크면 뇌혈관이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통증을 유발해 두통이 나타난다. 최근 들어 경추성 두통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경추성 두통은 장시간 컴퓨터 작업이나 잦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목 관절 주변 신경이 자극을 받아 통증이 생긴 것이다.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가장 많이 진단되는 두통은 긴장성 두통과 편두통이다. 긴장성 두통(tension type headache)은 스트레스, 과로, 피로, 감정적인 문제에 의해 유발될 수 있으며,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혈관의 문제라기보다 머리 주위의 근육이 긴장해서 오는 것으로 뒤통수나 목 뒤쪽이 뻣뻣하고 당기며 무거운 느낌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긴장성 두통은 한쪽 머리에만 오는 경우도 많고, 그 정도가 심해 편두통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문희수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는 “긴장성 두통은 대개 오전보다 오후에 심하고, 수주에서 수년이상 같은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며“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나 정신적 긴장에 의해 유발되기 때문에 진통제 남용은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키므로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편두통(migraine)은 글자 그대로 머리 한쪽에서 통증이 생기는 두통이다. 통증은 맥박이 느껴지는 것처럼 머리가 욱신욱신하거나 지끈거린다. 메스꺼움과 구토가 동반되며 대개 한번 시작하면 수시간 지속된다. 편두통은 기분 나쁜 냄새나 치즈, 오렌지, 토마토, 초콜릿, 적포도주, 조미료, 식품첨가물 등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밝은 빛, 번쩍이거나 반짝이는 조명, 날씨 변화에 의해 악화된다. 생리전이나 피임약을 복용해 발생하기도 한다. 편두통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성격이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게서 잘 나타난
유성욱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은 생활습관과 식생활을 조절하는 것으로 예방과 조절을 할 수 있다”며 “편두통은 원인과 개인차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선택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약물복용에 앞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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