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5곳 가운데 1곳은 한 해 예산의 70% 이상을 정부 보조에 의존해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좀비 기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을 별도로 적립해 운용하기보다는 정부 예산으로 매년 연명하는 기금들이 전체의 20%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기금들의 사업 성과를 분석해 사업 통폐합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기금 효율화에 나설 방침이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설치돼 있는 64개 기금 가운데 14곳은 올해 예산 가운데 70% 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었다. 이들 기금은 자체 수입보다는 정부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자생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확정된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전체 기금 총 예산은 505조원이다. 이 가운데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금액은 118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국가 세출예산이 323조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기금은 예산과 별도로 운영돼 국회의 직접적인 통제도 받지 않는다.
양곡증권정리기금의 올해 예산은 7034억원이다.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기금이 자체적으로 조달한 ‘자체수입’ 비중은 2억9000만원이다. 전체 예산의 0.04%만을 자체적으로 마련한 셈이다. 정부 내부수입으로 잡힌 정부의 지원액은 6943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98.7%에 달한다. 양곡증권정리기금은 만성적인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양곡관리특별회계와도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기금은 여전히 운용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은 올해 예산 2조1100억원 가운데 154억원이 자체 예산이다. 자체 비중이 0.7%에 불과하다. 정부 지원 비중은 예산의 99.3%에 해당하는 2조970억원에 달한다. 이 기금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올해 설립됐다. 때문에 정부 지원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자생력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예산 가운데 자체수입 비중이 0.1%지만, 정부 수입 비중은 94%에 달한다. 여성발전기금(92.4%), 과학기술진흥기금(91.7%), 응급의료기금(89.7%) 등도 정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금으로 분류된다.
물론 각 기금마다 운용의 목적과 성격이 다른 만큼, 단순히 정부 의존도를 두고 기금의 중요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반박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 효율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정부의존도가 높은 기금일수록 정치적 배경이 있다.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무리해서 기금이 설립되고, 통폐합돼야 할 기금도 살아남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예산처럼 운용되고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에서 기금으로서의 명목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현재 진행중인 기금운용평가에서 각 기금별 사업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미흡한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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