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인근 티안주 공항공단에 있는 ‘베이징한미약품’. 이 회사 3층 R&D센터에는 팔자 좋은(?) 원숭이 62마리가 있다. 과천 서울대공원과 용인 에버랜드 원숭이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다.
여기 원숭이들은 TV 방송과 음악을 즐기고 간식으로 과일을 챙겨 먹는다. 수의사들이 매일 건강상태도 체크해 준다. 베이징한미약품 바이오신약 개발에 이용되는 원숭이다. 임해룡 베이징한미약품 총경리(사장)은 “원숭이는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로 바이오신약 효능 확인과 개발기간 단축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한미약품이 탄탄한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중국 제약시장에서 착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R&D 투자에도 적극적인 한미약품은 중국에서도 7440만 위안(약 135억원)을 투자하며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어린이 정장제 ‘마미아이’, 감기약 ‘이탄징’ 등이 중국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한·중 수교 직전인 1992년 중국을 방문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어린이약이 없어 성인 약을 쪼개서 먹여주는 모습을 보고 중국 시장 진출을 결심했는데, 그게 적중했다. 공장을 3교대로 24시간 풀가동해도 공급물량이 달린다. 올해 매출은 2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성장에는 차별화한 R&D 투자가 바탕에 깔려 있다. 약 160명 연구원 중 90%가 베이징대, 칭화대, 센양대, 난징대 출신 석·박사들이다. 미국, 유럽 출신 유학파들도 많다. 베이징시 과학기술위원회와 경제정보화위원회로부터 각각 첨단 기술기업 인증을 받은 이유다. 외자기업 최초로 기술인증 2개를 동시에 받아 법인세 10% 감면혜택도 보고 있다. 지난해엔 고용창출과 R&D 투자를 인정받아 정부에서 시설·설비개선 자금 10억 원을 무상 지원받았다. 임 총경리는 “외자기업이라고 해도 중국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회사엔 파격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품질관리와 영업도 남다르다. 공장에서 생산된 모든 의약품은 일련번호가 있다. 안정성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제품번호를 보면 누가 어떤 제품을 만들었고 무슨 제품이 어느 성(省)에서 팔리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있다.
전직원 1528명 중 67%인 1028명이 영업사원인데, 이 중 70%가 의사 출신이다. 이들은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거쳤고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의사들과 접촉하기 쉽고 소통도 잘된다. 영업 타깃도 3급 병원(대형병원)이 아닌 2급병원(중소병원)에 맞춰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히 첨단 IT(정보기술)를 활용해 영업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베이징한미약품은 일반적인 영업점이 없다. 하지만 전국 어디서든 매출이 발생하면 10초 안에 임 총경리에게 통보된다. 태블릿PC를 활용해 영업 관리를 하는 덕분이다. 임 총경리는 “대리점에 제품을 주지 않고 영업사원이 직접 약사와 접촉해 판매하고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베이징한미약품은 내년 중국 진출 20년을 앞두고 있다.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시행에 양약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베이징 =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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