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중심이 돼 ‘아시아판 에어버스’를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과 중국이 공동투자해 유럽 에어버스와 같은 글로벌 항공기 제조 기업을 설립하고 기술과 부품을 공동개발해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보잉이나 에어버스와 맞설 수 있는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아이디어를 내놓은 전국경제인연합회측은 국내 대형항공사들과 접촉해 대략적 수요파악을 했고 제안을 발전시켜 양국 관련 기업간 TF(태스크포스)팀을 만든 뒤 양국 정부에도 이를 공식 건의하는 등 구체적 플랜을 세워놓고 이를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4차 한중 CEO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1일 매일경제가 중국 스촨성 청두에서 개최한 ‘세계지식포럼 청두’에서도 같은 아이디어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부회장은 “항공기 부품은 약 400만 개로 한 국가에서 다 제조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업체계가 필요하다”며 “급증하는 아시아의 항공기 수요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항공기 제조 분야에서 협력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보잉, 에어버스가 독점하고 있는 항공기 제조업에서 아시아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항공기수요는 2013년 5470대에서 2033년 1만5220대로 3배 증가해 전세계 수요의 3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측은 중국은 항공 제조 및 조립, 한국은 기술과 부품 파트너 역할을 하며 중단기적 협력을 시작한 뒤 장기적으로 한중 양국은 물론 일본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판 에어버스 설립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버스는 지난 1970년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유럽 4개국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항공기 제조기업으로 보잉과 함께 민간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측과 접촉해본 결과 항공기 수요는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지속적으로 공론화를 시키며 관련기업들을 모아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정부 차원의 협력이 이뤄지도록 건의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라 실제 기업 설립을 위해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중 CEO 라운드 테이블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뉴 노멀 시대의 한중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중 협력이 기존 제조업에서 의료, 문화 콘텐츠, 금융 등 서비스산업 분야와 항공기 제조 등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돼야 한다는 내용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박삼구 한국측 위원장(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한국과 중국은 과거처럼 높은 경제성장을 하거나 현재 성장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새로운 경제상황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협력의 틀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젠칭 중국측 위원장(중국공상은행 회장)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로로 유럽으로 연결하면서 아시아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시진핑 주석의 구상)’ 건설이 한중 모두에게 더 많은 경제협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철강산업에서 중국기업들은 한국기업의 파이넥스공법 등 공정기술, 친환경기술 및 글로벌경영 노하우 등을 흡수해 업그레이드해 나갈 수 있으며, 한국기업 역시 중국기업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영을 한 차원 진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양국 대표 기업인들이 대거 참가했다. 장젠링 회장, 위용 허베이철강 회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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