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제과·제빵·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최근 복고풍 신제품 출시가 증가하고 있다. 일단 제과업계에선 빙과 분야가 눈에 띈다. 롯데푸드는 이날 추억의 아이스바인 ‘삼강하드’를 46년만에 다시 출시해 편의점 CU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지난 1962년 처음 나온 삼강하드는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바로 국내에서 처음 ‘하드’라는 단어가 아이스바를 의미하도록 한 역사적 제품이다. 그 이전까지 아이스크림바는 물에 색소와 설탕, 사카린 등을 섞어 얼린 일명 ‘아이스케키’로 사실상 불량식품에 가까웠다. 하지만 1962년 식품위생법이 제정된 후 최신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첫 제품이 바로 삼강하드다.이 제품은 1969년 단종됐다가 지난 2005년 한두달간 잠깐 재생산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제대로 환생했다. 롯데푸드는 우유맛을 더욱 진하게 첨가해 맛에 변화를 준 대신 제품 포장은 과거 복고풍 글자와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했다.
해태제과도 지난달 초 45년 역사의 자사 콘아이스크림인 ‘부라보콘’을 특별 한정판으로 재출시했다. 바닐라를 연상시키는 하얀 바탕에 빨강·파랑 하트를 넣은 원조 디자인 포장으로 다시 만들었다. 120만개만 시장에 풀려나온 부라보콘은 출시 한달도 안 된 지난달 27일 모두 팔려버렸다. 해태제과는 곧장 추가 생산을 결정해 이달 중 재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과거 브랜드 제품을 재출시하는 것 못지 않게 옛날 조리방식과 재료를 바탕으로 만든 복고풍 신제품도 늘고 있다. 외식업체 놀부는 아예 ‘놀부옛날통닭’이라는 브랜드를 공식 론칭해 지난달 말 1호 매장을 냈다. 여기서는 미리 손질한 닭을 튀기는 요즘 치킨 대신 닭한마리를 통째로 집어넣어 튀겨내는 통닭을 전문으로 판매한다. 열전도율이 높은 가마솥에서 튀겨내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야들야들한 옛날 통닭 맛을 재현해 냈다는 평가다.
거의 매달 신제품을 내는 파리바게뜨에서도 지난달 중순 여름 빙수시장을 겨냥해 팥과 찹쌀떡, 콩고물로만 맛을 낸 전통 팥빙수 제품을 내놨다. 제품 이름도 ‘그때 그 시절 국산팥 빙수’로 정해 복고풍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맛밤’으로 국내 원물 간식시장을 주도해온 CJ제일제당은 최근 고구마를 오븐에 구워 색이 노란 군고구마 간식인 ‘맛고구마’를 내놨다.심지어 최근 소비경향에 역행하면서까지 옛 방식을 고집한 제품도 있다. 요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 열풍이 거세지만 하이트진로는 25도짜리 정통 소주인 ‘일품진로’를 리뉴얼해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올해 1~4월 매출성장률 162%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복고 제품 인기가 여전히 강세인 건 좀체 나아지지 않는 소비경기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한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들은 혁신적인 신제품 값이 비쌀 것이라고 인식해 과거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옛 방식으로 만든 추억의 식품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복고풍 제품은 가격이 대체로 저렴한 편이다. 롯데푸드가 내놓은 삼강하드도 일단 이달까지 500원에 판매된다. 1000원을 훌쩍 넘긴 다른 빙과보다 훨신 저렴한 셈이다. 파리바게뜨의 그때 그 시절 국산팥 빙수 역시 4800원으로 최고 1만원에 육박하는 다른 브랜드 빙수보다 싼 편이다.
복고 제품 증가는 제과업계 전략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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