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에 사는 고승범씨(65세·가명)는 부동산 임대수입과 연금 등으로 생활하는 임대사업자다. 고씨는 임대소득이 나오는 원룸텔과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포함해 2채의 집을 갖고 있다.
증여·상속세 최고세율이 50%에 달한다는 건 알았지만 고씨는 남의 얘기라고 생각해 별로 관심을 쏟지 않았다. 그러다 결혼할 아들에게 보유중인 아파트 1채를 증여해 주려다가 생각보다 많은 증여세에 깜짝 놀랐다. 결국 언젠가는 물려줘야 할 재산인데 마냥 미루다가는 나중에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하면 세금을 줄이고 아파트를 물려줄 수 있을까 알리안츠생명을 찾아 상담을 신청했다.
고씨는 과연 어떻게 증여세를 최소화해 증여를 할 수 있을까. 이 때 절세차원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이 부담부증여다.
부담부증여란 증여재산에 있는 증여자의 채무(임대보증금 등 포함)를 증여받는 사람에게 함께 주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방식을 쓰면 증여세는 채무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보다 더 작게 나온다. 특히 증여세는 누진세 구조기 때문에 부채를 안고 증여를 하면 세금을 큰폭으로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적용 세율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세법이 부담부증여를 할 때 증여가액에서 부담부증여의 비율만큼 양도차익에 따른 양도세를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어 반드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함께 고려해 구체적인 계산과 비교를 통해 부담부증여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산지 한참이 지나 양도차익이 매우 크다면 부담부증여를 할때 내야하는 양도세가 줄일 수 있는 증여세를 압도해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 씨가 아들에게 증여하고자 하는 아파트에 대해 부담부증여가 효과적인지를 검토한 결과는 이렇다. 아파트가 9억원 짜리인데 고 씨는 이 아파트를 7억원에 샀다. 2년간 보유했고 여기 있는 채무는 3억원이다.
1세대 1주택자라면 비과세 요건에 해당돼 양도세 납부의무가 없겠지만 고 씨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채무인수액(부담부증여액) 부분에 대해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 양도가액은 3억원(채무인수액)인데 이를 고씨가 7억원에 취득해 9억원에 증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취득가액은 2억3300만원으로 나온다. 계산식은 2억3300만원=7억원(취득액)*3억원(채무액)/9억원(증여액) 으로 나온다.
이 때 양도차익은 양도가액 3억원에 취득가액 2억3300만원을 뺀 6700만원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른 양도세 산출세액은 1128만6000원이다.
반면 증여세는 기존 1억7550만원에서 9450만원으로 줄어든다. 즉 고씨가 부담부증여를 선택하면 고씨는 약 6970만원의 절세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부모자식간 부담부증여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정상적인 부담부증여로 인정 받지 못하면 자칫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부담부증여로 인정받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는 증여일 현재 증여재산에 담보된 채무(임대보증금 등 포함)가 있어야 하고 그 담보된 해당 채무가 증여자의 채무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증여를 받는 사람(수증자)이 해당 채무를 상환하여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대상이거나 양도차액이 적은 부동산일수록 부담부증여의 효과는 더 크다. 양도차익이 크거나 양도소득세 중과세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경우에는 부담부증여로 줄어드는 증여세보다 증가하는 양도소득세가 더 커져 세금이 늘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고액 자산가는 미리부터 적절한 형태로 증여를 해놓는 편이 생애주기 세금 대책 상 더 유리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증여세만 볼게 아니라 향후 상속설계까지 염두에 두고 큰 틀에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평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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