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정보통신 표준특허를 보유한 회사가 특허권을 과도하게 행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터디지털 등 특허괴물이나 퀄컴 등 특허가 비즈니스 핵심인 회사의 특허권 남용을 막는 결정적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EU(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EU 경쟁당국, 미국 법무부, 표준화 기구, 통신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쟁법 전문 미디어 엠렉스(MLex) 주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기조 연설자로 나선 미 법무부 독점금지국의 레나타 헤세 부차관보는 표준특허권자의 특허권 남용을 제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헤세 부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각국 경쟁당국은 특허 분쟁에서의 ‘가격남용’ 사건을 주의해야 하며, 특허권자의 과도한 로열티율 부과 행위 조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C(European Commission) 경쟁당국의 니콜라스 바나세비치도 “표준 선정과정 자체가 특정기술 보유자에 대한 독점적 이익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해 경쟁법이 개입할 근거는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유럽에서도 확인된 표준특허 남용 금지의 핵심은 △특허권자가 부품 제조업자들에게도 지적재산권 사용을 허가하도록 하고 △특허 로열티 또는 손해배상은 ‘최소 판매 단위’에 근거해 계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퀄컴 등 표준특허 보유 회사들은 라이선스를 완제품 업체에만 제공, 부품 제조사들이 지적재산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으며, 로열티 산정도 ‘전체 휴대폰 판매 대수’에 근거해 포괄적 로열티를 적용해 왔다.
퀄컴은 무선통신기술(CDMA·코드분할다중접속)을 개발, 상용화하면서 한국 내수 제품은 판매가의 5.25%, 수출 제품은 판매가의 5.75%의 ‘로열티’를 받아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연 3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매년 수조원의 로열티를 퀄컴에 지불해왔다. 특허를 사용한 ‘칩 개수’가 아닌 ‘전체 판매가의 몇퍼센트(양자 협상에 따라 퍼센트는 달라짐)’로 받았기 때문에 스마트폰 판매액이 커질 수록 로열티 지불 액수도 커지게 된다. 또 삼성전자는 퀄컴의 특허를 사용, ‘엑시노스’ 등 자체 칩을 제조하고 있는데 이 부품은 퀄컴 특허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들에게는 판매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 같은 지적은 국내외 학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달 서강대 법과시장경제연구센터 토론회에서는 퀄컴 등 표준특허 보유자의 특허권 남용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로열티만 지급하면 누구든 표준특허를 이용할 수 있다는 프랜드 원칙을 퀄컴이 위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EEE는 지난 3월 퀄컴, 인터디지털 등 통신 특허권자가 특허권을 과도하게 행사하는 것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한 지식재산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특허료를 단말기(완제품) 전체 가격이 아닌 칩셋(부품) 기준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것과 라이선스를 세트업체나 부품업체 구별 없이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퀄컴은 3세대(3G) 및 4세대 이동통신(LTE) 분야에서 보유 중인 표준특허를 통해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으로부터 단말기 판매 가격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고 있다. 휴대폰 핵심부품인 AP 등 칩셋도 공급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퀄컴에 대해 반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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