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까지 주저앉으면서 5월 전체 산업생산이 3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본격화된 6월에는 경기상황이 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실제로 기업들의 6월 체감경기는 6년여만에 최악의 상태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에 비해 0.6%가 감소했다. 올 들어 월별 산업생산은 지난 2월 2.2% ‘깜짝 증가’했지만, 이후 3월(-0.5%), 4월(-0.4%) 잇따라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에 비해 1.3%가 줄었다. 자동차(-3.7%), 반도체(-4.8%) 등 수출 주력 품목의 부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월대비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3월 -0.2%를 기록한 이후 4월에도 1.3% 감소세를 나타냈다.
내수와 소비는 메르스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5월에 이미 꺾인 상태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내수 출하는 전월비 기준 3월 -0.7%, 4월에는 1.1%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5월 들어 -1.4%로 다시 주저앉았다. 제조업 수출 출하가 4월 -2.3%, 5월 -0.9%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던 상황에서 내수 부진까지 겹친 셈이다. 이에 전체 제조업 생산은 3월 -0.3%, 4월 -1.3%에 이어 5월에는 -1.5%를 기록하며 감소폭이 확대됐다.
5월 소매판매 또한 ‘0%’로 정체된 상태를 보였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3월 -0.4%로 떨어진 이후 4월 1.4%로 반등했던 바 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6월에는 지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5월 산업활동동향 평가 자료에서 “5월 산업활동은 생산과 설비투자 등의 감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증가하던 소매판매·서비스업 생산도 조정을 받았다”며 “메르스 영향, 그리스 채무 관련 협상 난항 등 대내외 위험요인이 확대돼 6월에도 부진이 지속·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메르스와 관련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소비·투자 심리 위축으로 백화점·대형마트 매출액이나 여행·여가 관련 서비스업 활동이 둔화됐다는 게 기재부의 분석이다.
실제 기업들의 6월 체감경기는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6월 제조업 업황BSI는 전월대비 7포인트 하락한 66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3월(56)이후 6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BSI는 기업들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에 대한 기대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로 BSI가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인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수출기업BSI는 67, 내수기업BSI는 66으로 각각 전월대비 7포인트, 6포인트씩 하락했으며, 업종별로는 식료품(66), 음료(61), 의복·모피(56), 가죽·가방·신발(6
박성빈 한은 팀장은 “조사기간인 6월 16일~23일을 고려하면 소비재 업종을 중심으로 메르스에 따른 매출타격이 가시화된 결과로 분석된다”며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수출업종들도 부진이 이어지면서 BSI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