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국민투표 이후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수립에 나섰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6일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해 그렉시트 우려가 높아졌다”며 “주식·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1시께 마무리된 국민투표의 출구 조사 결과 그리스 국민은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이 제안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하자는 ‘반대’ 쪽에 압도적으로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제금융 협상을 받아들이는 ‘찬성’ 쪽이 우세할 것이라던 국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예상과 어긋나는 결과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외환시장이 단기적으로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며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격상된 대응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스발 불안이 미칠 영향은 과거 남유럽 재정 위기보다는 단기간이고 범위도 넓지 않을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의 예측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투표 이후 그리스가 혼돈 상태로 빠져들면 그리스 정부의 채권을 들고 있거나 그리스 은행에 돈을 빌려준 프랑스, 독일 은행들이 국내에 투자한 자금을 빼갈 우려가 있다.
그리스와 제한된 교역 규모, 한국의 대외건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그리스발 불안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던 정부는 상황이 달라지자 대비 체계를 한층 격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리스 국민투표의 후폭풍이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과 주변국을 포함한 실물 경제에 미칠 모든 가능성을 따져보면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럽에선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반대표가 우세함에 따라 우선 6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그리스의 유일한 지원책인 ‘긴급유동성지원’(ELA)‘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당장 7일부터 그리스 은행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ECB의 자금줄이 끊기면 20일에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ECB 부채 35억유로를 갚지 못해 디폴트에 처하는 것은 물론 그리스 시중은행도 부도를 맞게 된다.
다만, 유럽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전날 유로화를 쓰지 않더라도 그리스가 당분간 유로존 회원국으로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 협상은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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