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한달간 발길이 끊어졌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이 회복될 조짐이다. 메르스가 진정세를 보이고 비자수수료 면제 등 조치가 발표되자 유커(游客)들이 다시 서울과 제주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중국 최대 여행사 시트립에 따르면 지난주 한주간 한국여행상품 예약건수는 전주와 비교해 200% 증가했다. 한국여행상품 예약자가 하루 수백명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 기간 예약취소가 한건도 없었다. 메르스가 확산된 뒤 중국내 각 여행사에는 한국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가 끊이질 않았는데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중국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의 한국행 노선도 지난주부터 예약건수와 탑승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상하이-서울, 상하이-제주 노선 예약건수는 전주와 비교해 30% 정도 증가했다. 장우안 춘추항공 대변인은 중국매체 봉황망에 “아직 작년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한국노선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신호는 뚜렷하다”고 전했다.
과거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피해 영향으로 전염병에 민감한 중국인들이 한국 여행에 다시 나서는 것은 메르스 진정뿐 아니라 정부와 관광업계의 잇따른 인센티브 조치가 먹혀든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9월말까지 중국인 단체여행객에 대한 비자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급감했던 비자신청 건수가 이번주부터 살아나고 있다”면서 “특히 지방도시에서 단체 여행비자 신청이 다시 들어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메르스가 확산된 뒤 중국내 일부 지방정부가 한국여행 주의보를 발령한 뒤 단체비자 신청건수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계절적 영향도 작용했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휴가시즌에 돌입하면서 젊은층과 여성관광객 등을 중심으로 한국여행 수요가 살아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인터넷매체 제노망은 7일 “오는 17일부터 롯데면세점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시작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7월하순 단체티켓 가격을 인하했다”며 “이런 소식들이 한국여행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격메리트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이맘때 4000위안(약 70만원) 안팎에 팔리던 서울 3박4일 단체여행 상품은 요즘 주요 여행사에서 3000위안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호텔, 면세점, 항공사 등 관광업계도 유커들의 발길을 다시 한국으로 끌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8일부터 중국인 여행사 대표와 언론인 등 300명을 한국에 초청한다. 이들에게 ‘안전한 한국’이미지를 심어줘 한국여행 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롯데호텔과 아시아나항공은 한국관광공사 등과 협력해 중국 여행사 사장단 150명과 언론인 40명, 파워블로거 10명을 초청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국인의 면세점 소비는 이미 메르스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다음주부터 중국인이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관광도 곧 예년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번주 들어 면세점에 중국인 내방객이 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점과 제주점에서 구매금액에 따라 에버랜드 입장권, T-머니카드 등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증정할 계획이다.
화장품 업계도 메르스 사태 이후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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