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혈압약을 복용하던 82세 남성 환자가 뙤약볕 아래 일하던 중 앉았다 일어서면서 쓰러졌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입안이 몹시 말라 있고 수축기 혈압이 70mmHg 이하인 저혈압 상태였다. 20년간 고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던 73세 여성 환자는 더위에 일을 하다가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 환자는 혈압이 정상이었지만 혈액 속 나트륨이 102mmol/ℓ(정상범위 136~146), 삼투압이 223mOsm/㎏(정상범위 280~295)로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두 환자 모두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첫번째 환자는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립성저혈압이 온 상태였고, 두번째 환자는 염분섭취가 부족했던 사례다.
임천규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혈압약을 복용하는 노인은 땀으로 과다한 수분과 염분이 배출된 후 충분한 보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물만 마실게 아니라 염분섭취를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름철 뙤약볕에서 장시간 일하거나 더위로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반드시 손실된 양 만큼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에서 언급된 사례처럼 수분, 염분 부족에 따른 기립성저혈압으로 일어서다 쓰러질 수 있다.
고혈압 약으로는 당뇨병이나 심장 뇌혈관, 콩팥병에 효과가 우수한 앤지오텐신 차단제, 수분이나 염분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이뇨제,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는 칼슘차단제 등이 사용된다. 심한 고혈압에서는 이들 약제들을 2~3가지 병용해 투여한다.
그런데 앤지오텐신 차단제는 노인이나 콩팥 동맥경화증이 심한 환자들에게 주의를 요하는 약물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더운 여름날 땀을 많이 흘리고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경우 갑자기 콩팥 기능이 떨어지고 혈액 내 칼륨이 증가돼 위험할 수 있다. 또 티아지드 이뇨제를 복용하거나 요즘 많이 사용하는 앤지오텐신 차단제와 이뇨제를 합한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혈액 나트륨이 갑자기 떨어지는 위험한 일이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노인의 혈압 조절과 관련해 최근 발표된 미국, 유럽 권고 기준을 살펴보면 수축기 혈압 15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하로 조절하라고 돼 있다. 다만 약물에 잘 견디고 부작용이 없다면 수축기 혈압을 140mmHg 이하로 조심스럽게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젊은 연령층의 혈압 권고 기준이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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