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한때를 보낸 삼성중공업이 올해 첫 대규모 해양프랜트 수주를 따내며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진행한 구조조정과 회계상 부실털기 덕분에 재무구조도 차차 안정화되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 조선(造船)공화국 거제도에선 “작년 옥포(대우조선해양)쪽 분위기가 씨끌벅적했다면, 올해는 고현(삼성중공업)이 차라리 더 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경남 통영에 위치한 중소형 조선사 성동조선을 위탁경영하는 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향후 최종인수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성동조선의 재무구조와 현장설비 등을 꼼꼼히 실사하면서 결단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성동조선 주인인 수출입은행은 한진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위탁경영 의사를 물었지만, ‘제 코가 석자’인 한진중공업이 두손을 들면서 삼성중공업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삼성중공업이 어려운 시절에도 성동조선 위탁경영을 검토하는 건 향후 조선·플랜트 시장의 부활을 내다보고 미리 투자하기 위해서다. 실제 성동조선은 비교적 최근에 설립돼 야드가 넓고 시설도 현대화된 조선소다. 또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은 바로 붙어있는 지역이라 향후 대형 수주가 몰릴 경우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자회사를 매각하고 인원구조조정까지 단행한 다른 ‘조선 빅3’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행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처음 터진 매머드급 해양플랜트 수주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일 셸(Shell)사로부터 FLNG(부유식 LNG생산설비) 3척을 5조2724억원에 수주했다. 하루 전날에는 노르웨이 스타토일(Statoil)사로부터 원유시추 해상플랫폼 2기를 1조1786억원에 수주하면서 이틀만에 6조원 이상의 먹을거리를 챙겼다.
올해 실적면에서도 아직 큰 이익이 나오지는 않지만 적자로 떨어지지는 않을 분위기다. 지난해 1분기 삼성중공업은 5000억원 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으면서 부실을 털어냈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존에 부사장급이 맡고 있던 조선해양영업실을 해체하고, 산하의 영업팀들은 조선시추사업부와 해양생산사업부 등 양대 사업부장 직할로 이관하면서 조직개편에 나섰다. 신규사업으로 추진해오던 풍력발전 사업도 대폭 축소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관리의 삼성’ 계열사답게 지난해 혹독한 직간접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게 올해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이제 막 구조조정에 들어가 회사 경영이 올스톱된 대우조선해양과 엇갈린 행보다”고 설명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직원들에게 “2015년은 우리 회사의 생존은 물론 미래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우리 정도 규모의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고용을 유지하려면 최소 150억달러는 반드시 수주해야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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