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흰우유의 중국 수출이 1년 남짓만에 재개됨에 따라 그동안 재고량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우유업계가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짧은 유통기한 탓에 중국에 수출하는 흰우유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기존 분유 수출도 각종 비관세 장벽에 가로막혀 이번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우유업체 매일유업은 21일부터 흰우유(살균유) 제품인 ‘매일 73도 신선살균유’(이하 73도)를 중국에 수출한다.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고 오직 중국 수출 전용으로 만든 제품이다.
국산 흰우유는 그동안 중국에 간간이 수출돼 왔지만 지난해 5월 1일 중국 정부가 ‘해외 유제품 생산업체(품목) 등록제’를 시행한 이후부터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중국 측이 일정 기준을 통과해 등록된 제품만 수입을 허용한 것이다.
기존 국내 우유업체들은 섭씨 130도 이상 고온에서 2~3초간 살균하는 ‘초고온 살균방식’으로 우유를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그같은 초고온 살균이 균을 완전히 없애는 멸균에 가깝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부터 섭씨 75도가량 ‘저온 살균방식’으로 만든 제품만 수입을 허용했다. 멸균우유보다는 일반 살균우유가 유통기한이 한층 짧은 만큼 더욱 신선한 우유만 유통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성도 식약처 축산물위생안전과장은 “고온이나 저온 살균우유 모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고 맛에도 차이가 없다”며 “중국이 멸균·살균우유를 명확히 구분해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지난 1년간 국내 고온 살균우유가 수출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 우유업계는 저온 살균방식 우유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고 중국 측 실사단 검증을 거쳐 지난달 매일우유 서울우유 연세우유 등 3개 업체 공장이 중국 정부에 공식 등록됐다. 이 가운데 매일유업의 전북 고창 상하공장에서 생산된 저온 살균우유 73도가 가장 먼저 나오면서 1년2개월만에 중국 수출길이 다시 열린 것이다.
매일유업은 73도 제품을 180㎖와 750㎖의 두 종류로 나눠 올해말까지 상하공장에서 총 600t가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금액으로 총 80만달러 규모다. 매일유업은 내년부터 매년 3000t(400만달러) 이상으로 대중 수출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중국의 모든 요구사항에 부합한 제품을 수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우유와 연세우유도 각각 경남 거창공장과 충남 아산공장에서 올해 안에 저온 살균방식 우유를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흰우유 중국 수출이 국내 분유 재고를 줄이고 우유 소비 확산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우유시장은 최근 출산율 감소와 1인가구 성장, 다양한 대체음료 출시 등으로 심각한 소비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남은 우유를 가루 형태로 말려 보관하는 분유재고가 급격히 늘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10년 12월 1050t에 불과했던 국내 분유 재고량이 올해 3월 사상 최대치인 2만2309t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번에 흰우유 중국 수출길이 다시 열려도 국내 분유 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대중수출 유제품 가운데 흰 우유는 1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조제분유가 69%로 가장 많았고, 멸균유·가공유가 17%를 각각 차지했다. 흰우유는 유통기한이 7일 안팎으로, 가공유(15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분유는 유통기한이 2년으로 긴 데다 가루 형태여서 수출에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분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서 수입된 분유에는 한글을 넣지 못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품도 용기에는 한문으로 표기돼 있어 중국 소비자들이 손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우유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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