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24일 오전(한국시간) 전 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브리핑을 통해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지구형 행성 2.0’인 ‘케플러-452b’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태양계 밖 지구형 행성 발견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케플러-452b’는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NASA는 “지구 지름의 1.6배이고 액체 상태의 물이 표면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며 “1년은 385일이며 이 행성과 항성간 거리는 지구-태양간 거리보다 5% 길다”고 설명했다.
‘케플러-452b’ 발견으로 지구 말고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행성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류가 생존하려면 200년 이내에 또 다른 행성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그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인류는 끊임 없이 지구를 벗어나려 했다. 인구 증가, 식량 부족, 기후 변화 등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거주지를 찾고자 했다. 지구 멸망에 대한 두려움이든, 새로운 이상향을 향한 도전이든 인간의 ‘지구 탈출’ 프로젝트는 먼 옛날부터 계속돼 왔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는 동화 속 ‘꿈’같은 이야기에서 오늘날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진화했다. 지구를 벗어난다면 어디로 가게 될까. 이날 발견된 ‘케플러-452b’는 지구에서 무려 1400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가도 1400년 걸리는 먼 거리다. 태양계 내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는 화성은 어떨까. 현재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화성에서의 삶을 상상해 봤다. <편집자주>
■ 205X년 7월 48일 토요일
화성에 온 지 1년이 흘렀다. 화성 연호로는 10년이다. 지구 식대로 하면 205X년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화성은 1년이 687일로 지구보다 1.8배 길다. 정착 초기 1년을 몇개월로 할 지 논란이 분분했다. 한달을 지구와 비슷하게 30일 정도로 해서 24개월로 하자는 주장도 있었는데, 결국 한달 57~58일, 12개월로 정해졌다. 오늘은 7월 48일 토요일이다. 지구에선 하루를 ‘일(day)’ 이라고 부르는데 화성에선 ‘솔(sol)’이라고 부른다. 1솔은 지구의 시간으로 치면 24시간37분23초다. 지구보다 하루가 37분23초 더 길다.
내 이름은 톰 와트니. NASA 소속의 엔지니어다. 아버지는 지구에서 유명인사가 된 마크 와트니다. 아레스 3 화성 유인탐사 임무에 투입됐던 아버지는 화성에서 불의의 사고로 조난을 당했고 구조대가 구하러 오는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스스로 온갖 지혜를 짜내 화성에서 살아남았다. 아버지를 화성에서 잃을 뻔 까닭에 우주라면 지긋지긋해 했지만 피는 속일 수 없었나 보다. 결국 나도 아버지의 뒤를 따라 우주비행사가 됐다.
아버지가 조난당했던 때와 지금의 화성은 많이 다르다. 화성이 지구처럼 변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처럼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다. 이미 화성에는 식량을 공급해 줄 온실, 거친 환경에서 인간을 보호해 줄 거주지 등이 완성돼 있다.
NASA는 그간 수 차례에 걸쳐 화성탐사를 진행했다. 우리 선조들이 보냈던 마리너 6~9호, 바이킹 1, 2호 등 수많은 탐사선들이 화성으로 향했다. 화성 표면을 탐사한 오퍼튜니티와 큐리오시티도 제 몫을 다했다. 여기까지는 모두 무인탐사였다. NASA는 2030년 화성 유인탐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었고 첫번째 유인탐사선 아레스 1이 약속대로 화성에 착륙했다.
아버지가 참가했던 아레스3 탐사는 사고로 막을 내렸지만 NASA는 포기하지 않고 화성 유인탐사를 몇 차례 더 진행했다. 유럽우주국(ESA)도 화성 탐사에 동참했다. 각국은 화성에 인류가 영구히 정착할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들길 원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여러 국가들의 참여로 만들어졌듯 각국이 힘을 합한 결과 마침내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들 수 있었다.
나는 거주민 5진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이주민들은 NASA, ESA 등이 연합해 만든 우주선으로 한번에 10명씩 화성으로 건너왔다. 이제 화성엔 50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생존을 위해선 식량이 필수였기에 이주민들이 제일 먼저 매달린 것은 온실을 짓는 일이었다. 화성은 지구와 다른 환경이므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화성은 대기도 희박한데다 중력도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재료도 현장에서 개발하고 가공해 이용해야 한다. 전문용어로 이걸 ‘리빙 오프 더 랜드(living off the land)’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황’에 열과 압력을 가해 굳히는 방법, 알루미늄을 열로 가열해 결합시키는 방법, 파우더를 고착시켜 폴리머(플라스틱)를 만드는 방법 모두를 연구했고 우리는 이들 모두를 실제로 화성에 적용했다. 건물들은 모두 차폐능력을 갖추고 있다. 태양 및 우주방사선(GCR)을 막아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온실에서 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내가 맡은 임무는 화성의 정착민들을 먹일 식량을 재배하는 일이다. 장기적인 목적은 화성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주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주가 성공하려면 관건은 식량이다.
화성에서 농사가 가능하냐고? 물론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지구에서 여러차례 모의 실험을 거쳤다. 처음엔 우리도 화성의 토양이 농사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수경재배 방법을 고민했었다. 그러나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등의 무인탐사와 아레스 유인탐사 등을 통해 화성의 토양이 지구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질소(N)는 대기 중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화성에서 얻은 데이터로 지구에서 인공 화성 토양을 만들어 식물을 재배해본 결과 토마토, 밀 등 식물이 싹을 틔웠고 꽃까지 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성 중력이 지구보다 약해서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미 우주인들은 ISS 내에서 식물 재배에 성공하면서 무중력이 농사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해보였다.
농사를 짓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우리가 먹을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식물을 재배하면서 우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연구팀 연구결과 13.5㎡의 공간이면 사람 1명이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고 이산화탄소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부족한 산소는 ‘목시(MOXIE)’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목시는 ‘화성 현지에서 산소 자원을 만드는 기기’의 줄임말이다. 일종의 산소발생기인데 화성 대기의 96%를 차지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산소를 얻는 방식이다.
농사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물은 화성 지표 밑 얼음을 녹이는 방식으로 확보했다. 햇빛이 부족해서 별도 LED 조명을 설치해 일조량을 늘렸다. 전력은 태양열로 공급받는데 수시로 태양열판을 닦아줘야 한다. 종종 모래폭풍이 불어닥쳐 태양열판 효율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벌써 하루가 저물려고 한다. 하루의 절반은 온실에서 보낸다. 남은 절반은 태양열판 먼지를 닦고 점검하거나 숙소에서 빈둥대는데 쓴다. 밖에 나갈 때도 있긴 하지만 나가도 특별히 할 일은 없다. 화성에 구경할 거라곤 붉은 흙과 검은 바위들이 거의 전부다. 저녁은 온
※ 도움말 : 전인수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박사, 이태식 건설기술연구원장, 이재호 한양대 국제우주탐사연구센터 연구원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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