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청년 실업자 수는 44만9000명이다. 하지만 통계상의 실업자 수는 최근 4주간 구직활동을 한 사람들에 국한된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잠재구직자와 시간제로 일을 하고 있지만 추가로 취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들을 포함한 ‘취업애로계층’이 115만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2000년대 들어 7~8% 수준을 유지했던 청년 실업률은 2012년 이후 증가추세로 돌아서면서 지난 6월 10.2%로 상승했다. 이는 15~64세 실업률 평균(4.1%)의 2.5배 수준이다. 전 연령대의 고용률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청년 고용률은 40%대 초반에서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60세 정년 연장이 시행된 이후인 앞으로 3~4년을 청년 고용의 최대 고비로 인식하고 있다. 베이부머의 자녀이 에코세대들이 대거 사회에 진출하지만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신규채용은 당분간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저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고용이 늘지 않은 산업구조 또한 일자리가 원활하게 늘어나지 않는 요인이다.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고용 축소
내년부터 300인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예전대로라면 은퇴해야할 근로자들이 기업에 남게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비용 때문이다.
한국노동경제학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년연장 의무화 시행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연평균씩 10만명씩 총30만명이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잔류하게 된다.
특히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년 60세가 의무화됨에 따라 2017년부터 5년간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115조902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연세대 산학협력단의 조사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고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신규채용이 8.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27일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민관합동 대책 회의를 열어 정부-경제계 협력선언을 발표한 것도 정부입장에서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에도 채용을 줄이지 않도록 강한 요청을 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기업들이 증가된 비용 부담에도 내년에 예년 수준의 신규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늘어난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이 채용을 줄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예년 수준만 유지하도록 청년 고용절벽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청년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하고 상생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질 않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에코세대의 본격적인 취업시장 진출
내년부터 우려되는 최악의 청년고용절벽의 발생 원인으로는 인구구조적인 영향탓도 있다. 에코세대가 본격적으로 취업 적령기를 맞아 노동시장 진출하고 있어서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자녀 세대로 1979년~1992년 사이에 출생한 에코세대의 영향으로 20대 인구는 올해부터 크게 늘고 있다.
2013년에는 20대인구가 전년도다 4만5000명 줄었지만 지난해의 경우는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3만명, 내년에는 3만9000명, 2017년에는 2만7000명 증가한다.
2018년까지 6000명 가량 늘었다가 이후에는 다시 20대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특히 에코세대들은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진학을 선택한 경우가 정점에 이른 세대기도 하며 이들이 취업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대학진학률은 77%, 77.8%를 기록하며 최고조에 달했고 이후 고졸취업 확산 등으로 대학진학률은 작년에 70.9%까지 떨어졌다.
취업시장으로 나오는 대졸이상의 고학력자들의 절대적인 수가 많아졌는데 60세 정년연장의무화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꺼리면서 취업시장의 문은 좁아지면서 최악의 청년 취업 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한국 경제
“과거와 같은 고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국민들도 상대적인 실망감을 줄일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즈음해 이달 초 기자실을 찾아 작심한듯 한 말이다. 한국 경제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경제의 덩치가 워낙 커져서 정부가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다. 아직 정부 만능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 같다”는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 성장률의 하락은 고스란히 청년 고용시장의 충격파로 이어진다.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9.8%, 6.6%에 달했던 1980년대와 1990년대 고성장기에는 청년 고용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지 않았다. 당시 청년실업 관련 대책이 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합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연평균 성장률이 4.1%로 떨어지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처음으로 별도의 청년실업 대책을 내놨다.
문제는 성장률 하락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지난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3.3%를 기록했고, 잠재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GDP 성장률이 2011~2020년 연평균 3.4%에서 2021~2030년 2.4%로 1%포인트 하락한 뒤 2031~2035년에는 1.6%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령화 충격으로 인한 취업자 수 감소와 피부양자의 증가가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성장에 대한 확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장기간 고용해야 하는 정규직 근로자 대신 유연성이 높은 비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선호하게 됐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는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자리를 구한 청년층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이 다시 취업시장으로 돌아오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 고용과 괴리되는 산업구조·늦어지는 산업구조 개편
한국의 산업구조가 갈수록 고용과 괴리되는 것도 청년 고용축소의 한 단면이다. 한국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매출 10억원당 취업자 수)는 2000년 25.5명에서 2005년에는 19.2명으로 줄었고, 2012년에는 13.2명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똑같은 매출을 올리더라도 과거보다 고용이 더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또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배진한 충남대 교수에 따르면 2008년에 비해 2013년 청년층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13만5700개가 줄어들었다. 대학진학률이 71%에 달하면서 청년들은 고학력화 돼 있지만, 교육 서비스업, 제조업, 건설업, 금융 및 보험업, 공공행정 등 고학력이 필요하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은 산업들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 서비스업은 이 기간 중 11만89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제조업은 6만8600개가 줄었다. 건설업은 6만3700개, 금융·보험업은 3만4400개, 공공·국방·사회보장 행정은 1만9100개가 축소됐다.
정부는 청년실업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산업구조 개편과 같은 중장기적인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비스산업 육성이다. 2003년 9월 노무현 정부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문화, 관광, 레저 등 서비스산업을 확대해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비스산업 육성방안을 내놨던 바 있다.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 또한 서비스산업 육성을 비롯해 근원
정부 관계자는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 개편이 고용문제 해결의 열쇠지만 기득권층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며 “국회가 매번 발목을 잡으면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도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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