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조원을 굴리는 ‘큰 손’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5.25%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3년 운용성과(4.16%)보다 호전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특히 대체투자에서만 12%를 웃도는 고수익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향후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2015년도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4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결과와 성과’를 확정·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469조8229억원으로 기금 수익률(금액 가중 수익률 기준)은 5.25%, 수익금은 23조3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6.21%이며 누적수익금은 212조4407억원에 달했다. 최홍석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국내 주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민연금은 벤치마크(비교대상) 수익률(5.21%)보다 0.04%p 높은 수익률을 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기금 투자 성과를 자산군별로 뜯어보면 국내 주식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해외·대체투자에서는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 중 18%(84조1000억원)을 투자한 국내 주식에서 벤치마크(-3.66%)에 크게 못미치는 -5.43%의 성과를 기록했다. 2012~2014년 국내주식 평균수익률(2.28%)도 5개 자산군 중 가장 저조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이 국민연금 수익률에 직격탄이 됐다. 다만 국민연금이 이미 국내 대부분 우량 상장사 핵심주주로 자리매김한만큼 앞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증가폭은 둔화될 전망이다.
해외시장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냈다. 20조6000억원(전체 기금 대비 4.4%)을 투자한 해외채권은 9.23%를, 56조6000억원(12.1%)을 투자한 해외주식은 8.94%로 국민연금 수익에 각각 기여했다.
특히 대체투자는 벤치마크(7.06%)보다 5.41%포인트 높은 12.47%의 성과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기금 전체 규모 중 대체투자 비중은 9.9%(46조7000억원)에 불과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체투자에서만 5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2010년~2014년 5년간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에서만 연평균 8.29%의 수익률을 보여줬다.
야권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해외·대체투자가 기금운용 위험만 높일 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를 통해 해외투자 전문성을 높인다면 해외·대체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밖에 기금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채권(258조1000억원·55%)도 지난해에는 6.79%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금의 자산군별 운용 성과가 극명히 갈린 만큼 국민연금은 앞으로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 대체투자 및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채권은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해외투자 종합계획 기획단’을 구성해 해외·대체 투자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으며 올해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 헤지펀드를 투자 자산군으로 편입했다. 향후 해외·대체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한국보건사회연은 지난 2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대체투자 비중이 9.9%로 전략적 자산비중을 못 채우고 있어 전술역량의 제고가
기금운용공사 설립 논의도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보사연은 현행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 조직으로부터 떼어내 기금운용공사로 독립시키는 것을 국민연금 해외·대체 투자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에따라 향후 국민연금 기금운용 개편안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윤수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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