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자흐스탄 알마티 한 소매점에서 판매 중인 동서식품 ‘프리마’. |
커피믹스 제품 ‘맥심’으로 유명한 동서식품이 의외로 외국에 수출하는 품목은 단 하나밖에 없다. 커피믹스도, 커피도 아닌 커피프림이다. 동서가 생산하는 커피프림 ‘프리마’는 지난 1974년 커피의 쓴맛을 줄여주기 위해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돼 이젠 커피프림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커피믹스 제품이 확산되는 데다 아메리카노를 중점 판매하는 일반 커피전문점이 대폭 늘어나면서 프리마도 국내 소비자들 손길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현재 프리마는 여전히 생산되고 있지만 주로 커피믹스 안에 들어가는 프림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찬밥 신세인 이 프리마가 외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일 동서식품에 따르면 프리마는 지난해 외국 수출로만 총 5300만달러(621억원)어치가 팔렸으며 올해는 수출액 6000만달러(7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중앙아시아에 국한됐던 수출 국가도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아프리카나 중동으로도 확산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프리마는 지난 1982년부터 홍콩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 수출된 이후 지금까지 33년째 해외에서 팔리고 있다. 진출한 국가 수만 현재 29개다. 그러나 커피믹스나 버블티, 밀크티 등의 제품 생산에 투입돼 주로 B2B용으로 공급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달리 프리마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리기 시작한 건 1995년부터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시장을 뚫은 것이다.
이때 러시아 극동부인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에 처음 공급된 프리마는 대용량의 벌크 제품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러시아에서는 추운 날씨 탓에 따뜻하고 열량이 높은 음료를 즐겨 마신다”며 “이 나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코코아에 자사 프리마를 타먹으면 더 맛있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수출에도 탄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리마는 여전히 러시아 동부에서 주로 팔리고 있지만 동서식품은 시베리아와 우랄지역 등 러시아 서부로도 프리마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극동부 140여 개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 프리마를 공급하며 동서 브랜드가 노출된 전용 매대(키오스크)를 설치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동시에 진출한 중앙아시아에서는 반응이 더욱 폭발적이다. 대표적인 곳은 카자흐스탄. 이 나라 소비자들은 프리마를 커피나 차뿐 아니라 주식인 빵에 넣어먹는다. 이를 위해 동서식품은 프리마를 바탕으로 ‘하이 밀키’라는 액상 제품도 개발해 별도로 공급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프리마와 하이 밀키 공급을 통해 이 나라 제빵 프림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 외에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도 동서 프리마는 인기 제품으로 통한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여기에 기존에는 주로 우유를 타먹었지만 이젠 이를 동서 프리마가 대신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아시아 일대에서 펼치고 있는 ‘프리마로드’는 더 큰 확장을 꾀한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으로도 진출을 노리기 때문이다. 동서식품 측은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과도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도 유제품을 활용한 음식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출한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외에 중동지역 진출도 노리고 있는 만큼 최근에는 프리마를 생산하는 동서식품 경남 창원공장이 이슬람 시장 식품 진출을 위한 필수 조건인 ‘할랄 인증’을 얻기도 했다. 이를 통해 프리마 성분 자체가 달라
다만 동서식품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프리마를 선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 국가에선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네슬레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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