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미안합니다. 롯데는 한국 기업입니다”
일주일째를 맞는 롯데 왕자의 난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귀국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신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3차례나 고개를 숙였지만 롯데그룹의 경영권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며 이번 사태에 의연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6일 일본으로 출국한 이후 약 일주일만에 한국을 찾은 신동주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고개를 깊게 숙이는 것이었다. 오후 2시 50분께 도쿄 하네다 공항발 대한항공 2708편 비행기를 통해 김포 공항에 도착해 포토라인 앞에 선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일본 출국 전부터 그에게는 한국 롯데그룹 정책본부단과 비서실 등에서 대응 메뉴얼과 예상 질의응답(Q&A)등이 내용이 담긴 ‘대본’이 전달되기도 했지만 그는 종이 한 장 들지 않은 채 맨 손으로 카메라와 기자들 앞에 섰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아버지 신격호 회장이 일부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원고에서 눈을 떼지 않았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국말로 “먼저 국민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운을 뗐다.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공개한 자신에 대한 해임 지시서와 관련해서는 “법적인 효력이 없는 소리(문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와 형(신동주 전 부회장)의 잇따른 여론몰이 공세는 사실상 법적으로 의미가 없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신 회장은 또 “저는 (총괄)회장님 옆에서 임직원과 함께, 주주를 위해서, 그리고 국민과 함께 롯데를 키워왔던 사람”이라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에 따라 기업들을 정상화시키는 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회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겠 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동시에 본인 승계에 대한 ‘정통성’을 명확하게 표현한 셈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형제간 상반된 주장으로 인해 의견이 갈리고 있는 일본 롯데 홀딩스 지분 구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사실상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두 형제는 각자 자신의 우호지분이 70%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등 세 부자가 갖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성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지분은 여기서 이야기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우호지분 확보에 대한 질문에도 “여기서 이야기 할 부분이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이들 형제의 운명이 판가름 날 일본 롯데 홀딩스 주주총회 일정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신회장은 “지난 6월 30일에 주주총회를 한 후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바로 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조금 기다리고 하는 게 좋을지 더 좋은 일정을 생각할 것”이라며 “법적인 절차를 생각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일본기업이냐는 다소 날선 질문이 던져지자 그는 목소리에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 부회장은 “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95%는 한국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아버지와 가장 최근에 만난 것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8일 이나 9일
형과 아버지를 만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만나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의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아버지가 있는 롯데호텔 34층으로 이동했다.
[손일선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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