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화장품, 소망화장품, 한국화장품은 화려한 모델을 내세우며 1990년대를 풍미했던 국내 토종 화장품 회사들이다. 이 회사들이 최근 자사 브랜드를 내세운 완제품 대신 다른 회사 제품을 대신 제조해주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이나 OEM(주문자상표부착) 쪽으로 업종을 선회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K뷰티’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브랜드 간 과도한 경쟁 속에서 마케팅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 브랜드들은 그동안 수십년 역사를 통해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을 숨기는 대신 다른 K뷰티 주자들의 상품을 생산해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중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의 경우 작년 설립한 ODM·OEM 전문회사 ‘비오코스’의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보다 200%가량 성장하는 등 뻗어나가고 있다. 1분기 비오코스 매출은 73억원대로 설립 1년 미만 기업으로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전체 매출로는 작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오코스는 국내는 물론 한국의 화장품 회사들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의 천진유한공사와 제휴를 통해 연간 4000만개 이상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확보했다.
비오코스 측은 “제조사의 개발력과 생산력으로 제품을 생산해 주는 ODM·OEM 방식을 넘어 브랜드명 제공에서부터 스토리가 있는 화장품 라인 전체를 구축해 주는 P(Product)-ODM 사업을 통해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작년 대비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화장품 역시 ODM·OEM 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자사 브랜드에서 나오는 완제품 매출을 넘어섰다. 2010년 한국화장품제조는 한국화장품을 분사시켰다. ODM·OEM에 주력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분사 후 4년만인 2014년 한국화장품제조의 매출은 한국화장품의 매출 327억원을 추월해 총 354억원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한국화장품제조가 한국화장품을 앞지른 지 오래다. 한국화장품이 보유한 엘레시스, 칼리, 파메스 등보다 기술력을 갖고 다른 업체의
‘꽃을 든 남자’ ‘다나한‘ 등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자체 브랜드 ‘오늘’ 론칭에 실패한 후 침체에 빠졌던 소망화장품도 ODM·OEM에서 살길을 모색 중이다.
[조성호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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