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동해 망상해수욕장에 다녀온 주부 조정순 씨(경기도 과천·55)는 “동해 바다가 그렇게 차가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얼음 섞인 냉수에 몸을 담근 느낌이었다”며 “한번 물에서 나오니 다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직장인 김경환 씨(33)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동해바다가 이상저온 현상이라는 말을 듣고 시원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서 오랫동안 물놀이를 즐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동해가 차가웠다. 과거보다 3~4도 떨어진 수온 때문에 물놀이를 간 사람들은 오들오들 떨며 물에서 나와야 했다. 제주도 인근 해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이달 8~10일을 기점으로 수온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합한 온도를 회복하고 있다. 바닷물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반도 주변 해역이 올해 3월 이후 과거보다 수온이 떨어지는 이상 저온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4~6월 연평도 인근 해역은 바닷물 수온이 예년에 비해 1도 정도 떨어지면서 꽃게가 수면과 가까운 곳으로 올라오지 않아 꽃게 어획량이 작년 같은 기간 700t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친 310t에 그쳤다. 갈치가 많이 잡히는 제주도 인근 지역 수온도 지난 5월 15도 밑으로 떨어지면서 갈치가 잡히지 않아 가격이 2배 이상 뛰기도 했다.
이상저온 현상은 날씨가 따듯해지는 7월 들어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6월 하순 주문진 연안 표층 수온은 18.6도로 과거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2도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인근 해역도 20도를 기록하면서 2도 이상 낮아졌다. 이상 저온은 7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주문진과 포항은 지난해보다 6도나 수온이 떨어졌으며 통영, 여수, 제주, 군산, 대천 등도 과거에 비해 수온이 1~2도 이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급작스런 수온 저하에 어획량은 줄었고, 바다를 찾은 피서객들은 당황했다. 일반적으로 바닷물 표층수온이 23~25도일 때 해수욕에 적합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동해에서 발생한 이상 저온 현상을 해양 심충부에 위치한 ‘냉수대’ 확장으로 설명한다. 한인성 수산과학원 선임연구사는 “지구 자전에 의해 생기는 ‘에크만 효과’가 올해 강하게 나타나면서 심해에 있는 차가운 물이 표층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발생하는 힘은 바닷물에 영향을 미친다. 북반구에서는 지구 자전력으로 인해 오른쪽으로 물이 흘러간다. 한 선임연구사는 “동해 표층에 있는 바닷물이 오른쪽으로 흘러가면서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심해에 있는 차가운 바닷물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냉수대가 과거와 달리 확장되면서 6~7월 내내 저온 현상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제주도 인근 해역 저온 현상은 지난 겨울 낮은 기온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겨울철 낮은 온도로 바닷물 밀도가 상승하면서 서해 심해에 있던 냉수대가 제주도 인근 지역의 표층으로 밀고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이상 저온 현상은 앞으로도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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