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의 돌풍이 거세다.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로 양분되던 국내 맥주시장 구도를 뒤흔들 정도로 대거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올 상반기 월 1회 이상 술을 마신 20~59세 소비자 1만6402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맥주 브랜드별 소비자 음용률은 오비맥주가 36.3%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눈여겨 볼 것은 2위를 차지한 것이 수입맥주라는 점이다. 수입맥주 음용률은 29%로 하이트맥주(25.5%)를 따돌리고 처음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에서는 오비맥주 37.1%, 하이트맥주 28.3%, 수입맥주 25.6%로 오비와 하이트의 2강 구도였지만 올 상반기엔 수입맥주가 끼어들어 시장 판도를 흔들어버린 것이다. 올해 4위는 지난해 6%에서 이번에 8.1%로 상승한 롯데주류(클라우드)가 차지했다. 클라우드는 국산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음용률이 증가했다.
세부 브랜드별 최근 음용률을 살펴보면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의 부진은 기존 메이저 브랜드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카스후레쉬 카스라이트 하이트 맥스 등 기존 톱4 브랜드의 올 상반기 음용률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각각 0.5~1.7%포인트씩 하락했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올 상반기 5%포인트 가까이 감소한 셈이어서 맥주 소비자들이 기존 브랜드에서 다소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입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모든 브랜드가 다 성장한 건 아니다. 올 상반기 음용률은 아사히가 수입맥주 중 22.3%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하이네켄(21.1%)과 호가든(19.5%) 음용률은 작년보다 올라갔다.
수입맥주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대상은 칭따오다. 이 맥주의 음용률은 17.5%로 작년 하반기보다 2.3%포인트 늘어나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아시히와 삿포로 맥주의 음용률은 모두 감소해 일본계 맥주의 부진이 눈에 띈다.
국내 맥주시장은 오랜 기간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의 양강 구도였다. 하지만 수입맥주의 급격한 유입과 신흥 롯데주류의 등장으로 맥주시장에 혼전 양상이 거듭되고 있다. 여기에 저도주 열풍과 1차 술자리만 즐기는 추세가 더해져 다양한 맛의 수입맥주가 더욱 인기를
박승표 컨슈머인사이트 부장은 “국산 대 수입 중심의 맥주 경쟁 구도가 점점 약해지고 이제 여러 브랜드가 동시에 인기를 끄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며 “맥주 제조·수입업체들도 경쟁사 동향보다는 소비자의 음용 선호도를 더욱 중요하게 살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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