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국과 일본 롯데의 핵심 지배고리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해 후계분쟁의 큰 고비를 넘었다고 판단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개혁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 핵심 관계자는 20일 “지배구조와 기업문화 개선, 경영투명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다음 달 초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 전후로 8일간 일본에 머물다 이날 귀국한 신 회장은 롯데개혁을 우선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롯데 개혁 작업은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된 것으로, 기존 신격호 총괄회장 체제에서 벗어나 신동빈 회장의 롯데로 조정해갈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신 회장의 개혁은 가장 먼저 가족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이런 구상은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 상장과 416개의 순환출자고리 연내 80% 해소 조치를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70년 롯데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방안이 바로 기업 공개”라면서 “신 회장은 호텔롯데에 이어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기업 상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교감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19일 국내외 10여개 증권사에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발송하는 등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아울러 상장 이전 단계에서도 기업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 3000억원 이상의 모든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두기로 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의 90% 이상이 해당된다.
기업이 IPO를 거쳐 증권시장에 상장되면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시비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러나 신 회장의 이런 기업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실질적인 소유주인 일본인 주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주총에서 완승한 신 회장이지만 현재로선 산너머 산인 형국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의 진흙탕 경영권 다툼에 롯데에 대한 일본기업 논란 등으로 반(反) 롯데 정서가 확연해 롯데 불매운동이 확산할 지경에 처했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롯데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미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이 가세해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과 복잡한 순환출자고리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에서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회장 소환을 벼르고 있다.
당장 연말로 특허가 만료될 예정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에 불똥이 튈 위기에 처했다. 롯데에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여론이 거세다.
후계분쟁 역시 여전히 ‘진행형’이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첫 주총에서 승리하기는 했으나 신격호·동주 부자의 계열사 지분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인데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언제든 롯데홀딩스 임원진 교체 주총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의 ‘원톱’으로서 양쪽 모두 장악한 상황이어서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지만 다시 롯데 후계분쟁이 불거지면 개혁 작업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이런 탓에 롯데 안팎에선 신 회장
재계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신 회장의 의지가 가족 내부에선 다른 의도로 비쳤을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다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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