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을 최초로 공개한 알베르트 비어만 고성능차 개발담당 부사장이 글로벌 미디어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비어만 부사장은 독일 BMW에서 31년을 일하면서 고성능 브랜드인 M 시리즈 개발을 담당했던 세계 최고 전문가이지만 2년전 현대차로 옮겨온 이후 한번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 그동안 현대차에서 고성능차 개발, 주행성능개발, 차량시험 등을 총괄해오면서 이날 N브랜드를 공개하기까지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래는 일문일답
▶ 한국 부임 후 가장 놀라운 점은
한국어가 얼마나 배우기 어려운지 깨닫게 됐다. 한국어를 완벽히 배울 것이라는 환상은 버렸다(웃음). 업무에 있어서는 이를 보완할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고 상사 동료, 회사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직원들도 모두 영어 소통능력을 갖추고 있어 회의나 업무 전반에 전혀 문제가 없다.
▶ 현대와 BMW 양사간 기업 문화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
BMW에서 31년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BMW에서는 일보다 회의에 시간을 더 할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었으며, 또한 일이 왜 되지 않는가에 대해 변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대차에서는 할 수 있다는 정신을 가지고, 설정된 목표들을 어떻게 성취해 나갈 수 있을지 논의한다. 이 점이 BMW와 현대차의 가장 큰 차이인 듯 하다.
▶ 어떻게 현대차 입사를 결정하게 됐나
BMW에서 마지막 8년이간 고성능 M브랜드의 수장으로 일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얘기, 스포티한 서브 브랜드에 대한 얘기,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가치 등 얘기를 하면 할수록 굉장히 편했다. 마치 내말을 그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독일에서는 굉장히 논쟁이 많다. 하지만 현대는 비전 확고하고 일단 결정이 되면 논쟁하지 않고 모두 그방향으로 움직인다. 엔지니어로써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너무 좋다. 한국 생활도 깨끗한 환경과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 마음에 든다. 부인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
▶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빠른 실행력을 넘어서는 바른 사고가 밑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빠른 행동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독일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끝없는 토론으로 이어지는 법도 없다.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모두들 움직이고 그 결정을 지지한다. 물론 결정을 내리는데 까지 시간이 걸리기는 하나 결정한 후에는 시스템적으로 잘 작동한다. 나는 나의 지난 업무 경험들이 그러한 의사결정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기 온 것이다.
▶ 입사하기 전 현대·기아 차량들에 대한 인식은?
솔직히 입사 전에는 현대기아차에 대해 잘 몰랐다. 이따금 현대 기아차의 빠른 성장세에 대한 보도를 볼 때마다 놀라곤 했다. 현대차에서 연락을 받은 후 회사의 역사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지금은 그러한 역사와 제품군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장기품질에 대한 목표치는 매우 높아서 내가 개발 과정에서 품질 수준을 맞추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지난 해 10월 첫 한국 방문 후 현대 기아차의 젊은 차를 보고 얼마나 디자인이 훌륭한지 새삼 놀랐다. 독일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차들도 매우 많았다. 몇몇 샤프한 이미지를 가진 기아차종들도 매우 좋아한다.
▶ N 브랜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처음에 들었을때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으나 남양연구소와 뉘르부르크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매우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N로고는 뉘르부르크링의 급커브 구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N이 매우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차는 올해 i30로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테스트에 참가하고 내년 24시간 내구테스트에는 N카의 부품을 테스트할 가능성도 있다.
▶ N 브랜드 모델의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언제인가. 구체적 형태나 모델은.
지금부터 2년 후 쯤 첫 N 브랜드 모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에 공개할 사항이다.
▶ 왜 이 시점에 현대-기아에 고성능차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첫째 이유이다. 고성능부문은 브랜드밸류를 높이는 핵심 작업이다. 현대차는 과거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고 이후 뛰어난 내구품질을 갖추게 되었으며,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합류하며 디자인을 더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성능을 향상하고 우리 차량들에 ‘개성’ 있는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 차량들은 훌륭한 디자인 자산으로 뛰어난 외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다음 행로는 좀 더 즐거운 운전의 경험을 선사하고 디자인의 날렵함에 걸맞는 성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차들은 외관만큼 훌륭한 성능을 갖출 것이다. 고성능부문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며 시장에서 공고한 입지를 다진 브랜드들과 경쟁할 것이다.
▶ N 브랜드 차량의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나
N 브랜드는 세계적인 고성능차량들과 경쟁할 것이다. 우리 차의 성능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N 브랜드는 고성능 라인의 판매 뿐 아니라 그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통해 그룹의 전반적 라인업 성능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 현대차는 언제쯤 BMW나 벤츠같은 독일브랜드의 반열에 오를 것 같은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그 수준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며 우리의 성장은 빠를 것이다. 현재 그룹이 갖추고 있는 다양한 친환경 라인업은 고효율-고성능 차량 개발에도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고성능차량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고성능 차량도 사회적 변화를 따라야 한다고 본다.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고성능차량 또한 미래에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수소연료전지차량 기술도 중요한 자산이다. 머지 않아 그런 친환경 기술들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차량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 N브랜드의 엔진은 독자 개발이 가능한 수준인가
현재 남양연구소는 매우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와 경험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실력 역시 매우 뛰어나다.
엔진개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현대차는 터보엔진, DCT등의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기존 엔진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등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현대차는 엔지니어들이 매우 빨리 배운다. 많은 일을 진행하느라 일손이 모자랄때 외부의 손을 (잠시) 빌릴수는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고성능 엔진 개발의 역량을 갖추고 있어 독자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
▶ 기아차도 N브랜드를 공유하는가
현 시점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기아차는 이미 스포티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현대차만큼 N브랜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 최고 경영층과 얼마나 자주 소통을 하고 얼마나 지원을 받고 있나
N브랜드는 회사의 모든 부문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회사차원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하고 있어 경영진과의 잦은 의사소통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 현대차에서 N브랜드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고성능차의 파워와 퍼포먼스는 운전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스스로 현대차를 튜닝해 경주 트랙으로 끌고 나갈 정도로
[프랑크푸르트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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