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 지능(인텔리전스)을 입혀 융합사업을 이끌겠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하고 융합서비스 매출 5조원, 글로벌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습니다.”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1년 8개월만에 미래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황 회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글로벌’과 ‘융합’이었다.
통신업으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이종 산업에 결합시키고, 국내를 넘어 세계에 이를 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세상을 뒤흔들 ‘4차 산업혁명’을 KT가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증기기관(1차), 전기(2차), 컴퓨터(3차)에 이어 ICT로 촉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대한민국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KT가 그 첨병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황 회장이 소개한 미래 전략 가운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난 사업으로는 에너지분야를 꼽을 수 있다.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돕는 수요예측·관리 사업에 뛰어든지 1년만인 지난 여름 의미있는 성과를 올린 것. 황 회장은 “병원, 식품공장 등 열·전기 에너지를 많이 쓰는 현장에 KT의 복합에너지효율화 솔루션이 쓰이고 있다”며 “전국 사업현장에 10%만 적용해도 연간 67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KT는 스마트에너지 기술을 통해 2020년 1조6000억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자율주행차 관련 서비스도 KT 미래사업의 한 축이다. KT는 현재 세계적인 완성차업체들과 함께 자율주행차 운행에 관한 공동 연구를 해오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1시간동안 안전하게 굴러가려면 3.6테라바이트(TB)라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통신망을 통해 주고 받아야한다. 통신망의 전송 속도, 용량, 연결성도이 뛰어나야 한다. 황 회장은 “가장 편안한 자율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인프라를 KT가 갖고 있다”며 자율주행 탑승자가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증강현실 콘텐츠를 감상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사물인터넷(IoT)과 미디어 분야는 KT가 오래전부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주력 사업으로 키워온 분야다.
황 회장에 따르면 ‘표준화’와 ‘생태계’가 사물인터넷의 키워드다. 이에 따라 KT는 영국 보다폰, 일본 도코모, 중국 차이나모바일 등 세계 통신사업자들과 함께 세계 표준화를 선도한 바 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 서비스·제조 개발자를 위한 ‘IoT 메이커스’라는 개방형 플랫폼도 내놨다.
아울러 미디어 사업 일환으로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던 홀로그램 공연장은 한류 콘텐츠 수출을 위한 첨단 플랫폼으로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황 회장은 “중국의 한 테마파크에 이 공연장을 설치하는 업무협약을 올해 초 맺었고 동남아시아에도 곧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 모바일 칩셋을 적용한 ‘셋톱박스’도 선보여 통신망에 이를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분야 사업의 첫 결실로 국내 최초로 소아발달질환 관련 유전체 분석 솔루션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55가지 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고 조기 치료할 수 있다. KT는 헬스케어와 의료 뿐 아니라 보건, 금융 분야에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해 국민 삶의 질 증진에 기여하겠단 방침이다.
황 회장은 취임 후 KT의 변화에 대해 ‘금석위개(金石爲開)’라는 초나라 시대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절박한 마음으로 화살을 쏴 단단한 바위를 뚫은 것처럼 회사를 살리겠다는 임직원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취임 후 56개 그룹사를 38개로 줄여 효율성을 도모하고 상반기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최초로 내놓는 등 시장을 선도했다고 자평했다.
황 회장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1년 전체보다 많은 4983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래가 밝을 것으로 자신하고 ‘국민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KT는 그동안 주력해왔던 통신망 사업도 계속 발전시킨단 계획이다. 올해 기가 LTE로 1기가(1Gbps)의 속도를 구현한 데 이어 2016년 2기가, 2017년 4기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0기가의 속도를 실현하기 위해 네트워크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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