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각종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암도 마찬가지다.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가 1만 879명을 건강검진을 해보니 1.4%에 해당하는 149명이 암진단을 받았다. 연령별로 보면 남성은 40대 0.5%, 50대 1.8%, 60대 3.0%, 70대이상 5.4%로 나타났다. 여성은 40대 1.1%, 50대 1.4%, 60대 2.3%, 70대이상 3.1%에서 암이 진단됐다.
정부가 암발생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암 경험자는 총 123만 4879명으로 전체 인구 41명당 1명이 암에 걸렸다. 특히 65세이상 암경험자는 48만 9080명이며 65세이상 전체 인구(575만 9795명)의 8.5%에 해당한다. 남자는 9명당 1명, 여자는 16명당 1명꼴로 암에 걸렸다. 주요 암종별 연령별 발생률을 분석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44세까지는 갑상선암이, 50~74세까지는 위암이, 75세 이후에는 폐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여자의 경우 60세까지는 갑상선암이, 70~84세는 대장암이, 85세 이후에는 폐암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처럼 고령의 나이에 건강검진을 하면 암발견 가능성이 높다. 암이 발견되면 수술, 항암 및 방사선치료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져 암을 치료해도 다른 질환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암환자는 고령이지만 완치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암치료과정에서 고생 뿐만아니라 경제적 낭비만하고 사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80대 안팎의 연로하신 부모님을 두고 있는 자녀는 부모님이 암 진단을 받으면‘고생이 되더라도 암치료를 해야 한다’와‘품위있게 생활하시다가 그대로 자연사하시는 게 좋다’는 양자택일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노인 암검진 가이드라인이 최근 공개됐다. 5일 국립암센터와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기획단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암별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한 연령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위암의 경우 40~74세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위내시경을 이용한 검진을 2년 간격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위장 조영촬영은 개인별 위험도와 수검자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렇다면 특별한 위암 증상이 없는 75세이상의 노인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가이드라인은 85세 이상은 위암 검진을 하지 말 것을 명확히 했지만 75~84세에 대해서는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데 무게중심을 둔 다소 모호한 지침을 제시했다. 이 연령대에서는 위암검진의 이득과 위해의 크기를 비교 평가할만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그 이유다. 즉, 검진을 해도 사망률 감소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75~85세 노인은 여러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암 검진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다”면서 “현재로서는 위암 검진이 주는 이득이 크다고 볼만한 연구 데이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대장암 가이드라인은 45~80세에서 분변잠혈검사를 1년 또는 2년 주기로 받도록 권고했다. 이처럼 정해진 것은 국내 대장암이 남자는 40대 중반, 여자는 50대에 증가하기 시작해 75세 이상에서도 남녀 모두 발병률이 높다는 점이 고려됐다. 특히 올해는 대장암 발생과 사망자수가 위암을 넘어설 전망이다.
김현수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대장암 진단을 위해 80세이하 연령대에서는 분변 검사를 하고, 추가적인 대장내시경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그러나 81세 이상 노인은 분변을 이용한 대장암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방암은 40~69세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촬영술을 이용한 검진을 2년 간격으로 시행하라고 가이드라인은 권고했다. 70세 이상의 여성은 굳이 유방암검진을 선별검사로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붙었다. 권고안 자체가 무증상의 평균적인 위험을 가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만큼 고위험군 여성의 경우 의사 판단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
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일반 인구집단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2년 주기의 유방촬영술이 유방암 사망률을 19%가량 감소시키는 이득이 관찰됐지만 30~39세, 70세 이상에서는 각각 근거부족과 적은 수준의 이득을 보였다”고 가이드라인 설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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