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7일 올해 3분기에 7조3000억원의 연결재무제표기준 영업이익(잠정실적)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2분기의 영업이익(6조9000억원)보다 5.8% 가량 늘어난 숫자다. 매출액은 51조원으로 전분기(48조5400억원)보다 5%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4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실적 쇼크를 보였지만 이후 4분기 동안 꾸준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이후로 보면 ‘V’자 모습으로 영업이익이 늘고 있다.
3분기 실적 호조로 삼성전자는 연간 매출액 200조원, 연간 영업이익 25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206조2000억원, 영업이익 25조원2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깜짝 실적은 삼성전자의 4개 사업 부문(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소비자가전)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이 이끌었다는 평가다. 반도체의 경우 원화값 하락에 따른 환율 효과가 컸고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제품의 판매가 늘면서 힘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3분기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만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실적 하락이 예상됐지만 미세 공정 전환을 통한 수익성 확보와 원화값 약세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3분기 달러 대비 원화값 평균은 1169.2원으로 2분기 평균 1097.4원보다 6.5% 가량 하락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과 서버를 중심으로 D램 가격 하락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20나노 공정 비중을 늘리며 30%대 이상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분기말 20%대 후반이던 삼성전자 D램 20나노 공정은 3분기말 40%대 후반, 연말에는 60%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도 전분기 대비 평균판매가겨(ASP)가 15% 가량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제품 질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으로 삼성전자가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가경쟁력이 높은 V-낸드 비중이 2분기에 15%에서 4분기엔 20%, 내년에는 25%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시스템LSI 부문은 2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곳에서 생산하는 엑시노스 칩이 들어가는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부진한 것이 요인이다. 다만 애플에서 수주한 물량이 4분기에 본격 공급될 것으로 보이면서 연말까지 실적을 천천히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실적 개선을 이끈 공신이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휴대폰인 갤럭시 A·E·J의 디스플레이로 올레드를 채택하면서 중소형 올레드 패널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요인이다. 또 2분기에 있었던 엣지 패널의 수율 문제도 해결되고 여기에 환율 효과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개선에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J가 인도 일본 중동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서 판매가 크게 늘면서 디스플레이 부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이익이 전분기(5400억원)보다 크게 개선된 9000억원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이 포함된 IM부문은 지난 8월 갤럭시노트5 등 신제품 출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에 비해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약 1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고가 프리미엄 제품의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은 한자릿수 초반대의 성장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저가폰 판매가 늘면서 매출은 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8100만대 수준으로 전분기의 7300만대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당 판매 가격(ASP)은 전분기 대비 8% 하락한 206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제품인 갤럭시노트5와 S6 엣지플러스와 같은 신제품 효과가 3분기에는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뛰어나게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디자인을 무기로 누구나 값싸게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과거 2000년 초반 PC 시장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을 판매하는 소비자가전 부문은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분기(2000억원)보다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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