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이 재기를 노리고 마련한 기자회견이었지만 정작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예정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회견장에 도착한 신 전 부회장은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말과 함께 “발표문을 준비했으나 우리말이 부족해서 아내가 대독하겠다.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회견 내내 입을 굳게 다물었고 질의응답 시간에도 본인을 향한 취재진 질문에 통역을 맡은 조문현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에게 귀엣말로 자신의 말을 전달했을 뿐 직접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기자회견장은 안방인 소공동 롯데호텔 본점이 아니라 경쟁사 신세계가 운영하는 웨스틴조선호텔이었다.
이날 기자회견 초청장은 신 전 부회장 영문 이니셜에서 따왔고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SDJ 코퍼레이션’ 명의로 발송됐다. 법적 분쟁을 포함한 향후 한국에서의 활동을 위해 신 전 부회장이 별도로 신설한 법인이다. SDJ코퍼레이션의 고문을 맡은 민유성 전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여러가지 한국 활동을 기반으로 삼는 조직이고 설립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활동을 해감에 따라 필요한 조직과 인원을 점차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신 전 부회장과 동행한 이들도 눈길을 끌었다. 민 전 회장과 조문현 변호사, 김수창 법무법인 두우 대표 변호사가 SDJ코퍼레이션 고문이라는 직함으로 동행해 우리말이 서투른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두 변호사가 각각 이끄는 법무법인은 기업자문 및 M&A 관련 사무를 전문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측은 이날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모든 소송 사무를 신 전 부회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이 서명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신 총괄회장이 장남에게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
그러나 해당 영상에선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손으로 짚어주는 곳에 서명하는 장면만 담겨 있고 신 총괄회장이 위임장의 내용을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없어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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