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진흙탕 2라운드 `롯데家 형제의 난` 전망은?

롯데가(家)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법정공방으로 번지는 것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여론전 등으로 또 한차례 논란은 불가피해졌다.
지난 8월 17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나면서 소강국면에 들어서긴 했으나 여전히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의 보유지분이 신 회장보다 많아 불씨는 남아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지배구조를 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신 회장은 38.8%로 여기에 못 미친다. 나머지 지분은 두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고 여사가 10%를 보유하고 있고 그밖에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이 0.8%, 롯데재단이 0.4%를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최근 설립한 법인 ‘SDJ코퍼레이션’의 고문을 맡고 있는 민유성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예전부터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그룹을 네(신동주 전 부회장)가 이어서 경영을 해 나가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대 쟁점은 신 전 부회장이 한·일 롯데그룹 계열사의 등기이사 직에서 해임되고 신격호 총괄회장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직에서 해임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다. 지난 7월 27일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차남 신 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구두로 해임을 시도한 다음날 일본 홀딩스는 신 회장 주도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전격 해임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이 한일 양국에서 제기한 3건의 소송 중 1건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일본에서 제기한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이다. 나머지 2건은 모두 한국에서 제기된 것으로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공동으로 제기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이다.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은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부진과 관련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송을 통해 해임이 부당한 목적과 이유에 의해 단행됐다는 사실을 밝히고 같은 기조에서 자행된 롯데그룹 계열사 모두의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직 해임행위가 동일하게 부당한 행위였음을 입증하고자 한다”고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이날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입장 자료를 통해 “(신 전 부회장의) 소송제기는 이미 예견됐던 일로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 대한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라며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 전 부회장측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와 임원 지주회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민유성 전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종업원 지주회와 임원지주회가 종업원 각자가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고 대표자 1인에 의한 제한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롯데홀딩스의 지분 10.7%를 보유한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는 롯데홀딩스가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구조여서 의결권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측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실제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제적지분을 따지면 자신들의 보유 지분이 55.8%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이날 신 전 부회장측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받은 위임장과 신 총괄회장이 위임장에 서명하고 있는 영상을 공개하며 ”아버지가 판단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측은 “지난 7월, 8월 공개된 해임지시서, 녹취록, 동영상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신총괄회장의 진정한 의사가 반영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하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본행을 했던 신동빈회장은 이날 20여일만에 귀국했다. 공교롭게도 신 전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을때인 오전 11시 30분께 김포공항에 입국한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공항에서 처음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 장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