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은 대표가 침장류 자수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베트남 침장류 시장점유율 1위(약 25%)를 자랑하는 에버피아는 국내 베트남 진출 1호기업이다. 에버피아의 전신인 한국물산은 1993년 베트남 진출 후 10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파산했고, 이 회사를 임직원들이 인수해 경영했지만 결국 살리지 못했다. 지난 2004년 지금의 이재은 대표가 인수한 뒤에야 회생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한국가업승계기업협회의 ‘베트남 기업탐방’ 프로그램을 계기로 최근 만난 이 대표는 “에버피아는 가능성을 가진 회사였지만 국내 모회사가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1차 부도를, 임직원들이 다시 회사를 꾸렸지만 무리한 투자와 방만경영으로 2차 부도를 맞았다”며 “당시 투자자 입장에서 채권 회수를 검토하다 회사를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당시 매출 50억원대의 작은 회사가 새 주인을 맞았다고 해서 갑자기 승승장구할 수는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차입금과 부정부패였다. 먼저 영업이익이 전부 이자로 쓰이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투자자를 찾았다. 투자회사 출신이던 이 대표는 연 7%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오던 베트남 경제와 고급 침구의 경쟁력을 내세워 국내에선 미래에셋을,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자 부담이 없어지면서 직원과 제품 관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장 경제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인 데다 인맥을 중시하는 중국의 ‘?시’와 유사한 ‘?해’라는 문화 탓에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았다. 회사 내에서나 거래처 사이에서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뒷돈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 핵심 직원은 같은 서류를 중복으로 만들어 돈을 빼돌리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모든 서류가 낯선 베트남어로 이뤄지고, 부정부패가 만연해 회사 자금흐름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웠다”며 “핵심 인력이라도 그 직원 하나에 무너질 회사라면 회사를 접겠다는 각오로 부정부패를 일으킨 직원은 모두 해고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베트남에 상주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3년간 직원의 95%를 부정부패로 해고했다. 당근책도 뒤따랐다. 성과가 있는 직원에게는 회사 자사주를 나눠주고, 유명무실했던 연말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회사 성장과 함께 인센티브를 900%나 주기도 했고, 현지인 최초의 임원 승진 인사까지 단행하면서 부정부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현재 에비피아의 평균 월급은 약 450달러로 인근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회사는 연평균 30%의 고성장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중국산 저가제품이 판치는 시장에서 유일한 100% 면 침장류로 주목을 받은 것은 물론 20여명이 넘는 디자이너들이 매년 40개가 넘는 패턴을 개발해온 것도 적중했다. 100여곳의 전국대리점은 2009년께 200곳을 넘어섰고, 올해는 600여곳에 지점을 둔 내수 1위 업체로 성장했다. 올해 에버피아는 약 1조동(VDN·한화 약 500억원)의 매출로 10년전 대비 10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매출 절반 이상은 침장류에서 나오며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의류브랜드에 공급하는 기능성 패딩으로도 150억원이상을 거둬들이고 있다. 모던하우스, 이마트 등 국내업체로 수출하는 침장류는 최근 미얀마와 라오스 등
이 대표는 “올해 침장류와 패딩 모두 매출이 최대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타결로 베트남의 수출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어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하노이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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