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공개 지지를 등에 업고 신동빈 회장에 파상공세를 펼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재벌가 중에선 보기 드문 ‘능력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 후계 시스템이 두 형제 중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이 쉽게 승복하고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불씨가 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일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 28.1% ▲종업원 지주회 27.8% ▲관계사 20.1% ▲투자회사 LSI 10.7% ▲ 가족 7.1% ▲임원지주회 6.0% ▲롯데재단 0.2% 등으로 나뉘어 있다.
롯데홀딩스와 상호출자 관계로 의결권이 없는 LSI를 제외하면, 광윤사(28.1%)와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 및 임원지주회(20.1+6%)가 3분의 1씩 지분을 고루 나눠갖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개인 지분은 각각 1.62%, 1.4%로 매우 미미하다.
따라서 두 형제가 한·일 롯데의 총수 자리에 올라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가족기업인 광윤사와 종업원, 임원 및 관계사 등 3개 주요 주주군 중 적어도 두 곳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룹 안팎에선 경영실적과 능력을 바탕으로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야말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의도한 후계 경쟁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경영실적과 역량 본위 후계 경쟁의 맹점은 경쟁자 중 누구라도 어떤 시점에서 우호 지분이 많을 순 있지만 자신이 직접 보유한 지분만 따지면 결코 절대적이고 항구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말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해임당하고, 지난 8월 17일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에서도 동생 신동빈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열세에 있음을 확인하고도 여전히 “내가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육성을 통해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지만 현재 롯데홀딩스나 광윤사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룹의 후계자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지루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일본 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한국 법원에는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의 이사 해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한 상태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제 전쟁의 시작”이라며 추가 소송을 예고했다. 신 총괄회장이 장남 공개 지지를 한 만큼 의료진이나 진단서 등을 동원해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 문제를 거론해 온 롯데그룹 측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러 소송이 동시다발적으
재계에서는 이같은 소송전을 계기로 롯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또한 분쟁이 길어질수록 롯데 기업 이미지 추락 등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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