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하기 좋은 가을철을 맞아 각종 모임의 뒷풀이로 술자리가 늘고 있다. 잦은 술자리가 끝난 후 간혹 복부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있다. 바로 급성 췌장염일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다. 회사원 김모씨도 평소 잦은 술자리 후 경미한 복부 통증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했다. 그러나 최근 과음한 다음날 회사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배를 칼로 찌르듯 한 참을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이 등 쪽으로 뻗치면서 구역질과 함께 구토가 일어나 결국 응급실 신세를 졌다. 검사결과 그는 급성 췌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급성 췌장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췌액을 분비하는 췌장세포가 손상되면서 췌장에 국소적 염증이 발생하여 췌장 주변 조직과 다른 장기까지 손상을 미치는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급성 췌장염은 임상적으로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한 질환으로 대부분은 경증으로 3~5일 내에 호전된다. 그러나 약 15~20%에서는 중증으로 진행되어 국소 합병증뿐만 아니라 전신 염증반응으로 다발성 장기부전 및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췌장(膵臟)은 이자(pancreas)라고도 하며, 당대사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선인 동시에 이자액을 분비하는 외분비선 작용을 모두 갖춘 큰 소화선이다. 위의 후방, 제 1·2번 요추 전방에 가로 방향으로 누워있고 회백색의 삼각기둥 모양 장기이다. 길이는 12~15cm, 폭은 3~5cm, 두께 2cm, 무게 70g의 장기이다.
급성 췌장염의 발생 빈도는 미국이 10만명당 24.2명, 영국이 5.4명이다. 우리나라는 10만명당 약 20명안팎이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가장 많고 성별로는 30~60대에서는 남성, 60세이상에서는 여성이 발생빈도가 높다. 남성은 술, 여성은 담석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성 췌장염은 전세계적으로 알코올 소비증가와 진단기술 발달로 인해 발병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급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과음이다. 그렇다고 술을 마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췌장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의 과음이나 일정 기간 동안 많은 양의 술을 마신 뒤 췌장염에 걸리기도 한다. 다른 가장 흔한 원인중 하나는 담석이다. 췌장에서 소장으로 소화 효소를 운반하는 췌관은 소장으로 연결되기 직전에 간에서 나온 총담관과 합쳐진다. 이 때 작은 담석가루가 담낭에서 총담관으로 흘러 내려와 췌관을 막으면 췌액이 적절하게 흘러 나가지 못하고, 췌장 내로 역류하게 돼 췌장에 염증이 발생한다. 이 두 가지가 전체 급성 췌장염 원인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밖에도 고중성지방혈증, 고칼슘혈증 등의 대사성질환, 약물, 췌장기형, 복부손상, 감염 등의 원인이 있고,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조영술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박원석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급성 췌장염 환자는 갑자기 발생한 상복부의 극심한 통증으로 내원하며, 이중 절반 이상의 환자는 등 쪽으로 뻗쳐 나가는 전형적인 복통을 호소한다”며 “이 복통의 특징은 시작과 동시에 30분 안에 빠르게 최고조로 이르게 되어 참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24시간 이상 지속된다. 또한 드물지만 복통이 없이 혼수상태나 다발성 장기 부전 상태로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급성췌장염은 식욕부진, 오심과 구토,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경증일 경우 금식과 적절한 보존적 치료로 사망률이 1% 미만이지만 중증 췌장염은 사망률이 매우 높다. 무균 괴사 췌장염에서는 10%, 감염 괴사 췌장염은 사망률이 25~30%에 달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급성 췌장염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반복적인 재발로 만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췌장암 유병율 증가 및 당뇨병 발생으로 이어질 수있다.
급성 췌장염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술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약물에 의해 췌장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꼭 필요하지 않은 약물의 복용을 피해야 한다. 게다가 하루 네접시 이상의 야채를 먹는 사람들이 급성췌장염이 덜 발병되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가 있어 음주가 잦은 경우에는 야채를 많이 먹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췌장암은 한국인의 10대암 가운데 5년 생존률이 약 4%로 완치율이 가장 낮다. 조영덕 순천향대 서울병원 교수(대한췌담도학회 총무이사)는 “증상을 자각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조기 진단이 힘든데다 암의 성장이 매우 빠르고 전이가 쉽게 이뤄진다”며 “발견했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어 있어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수술이 가능한 환자도 전체의 15~20%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췌장암이 발병하면 먼저 식욕감퇴와 복부 팽만 증상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소화불량을 겪게 되고 상복부에 통증을 호소하는데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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