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1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설립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를 계기로 동대문 상권 발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26일 서울 중구 두산타워에서 상권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정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박 회장과 두산 임직원 외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홍석기 관광특구협의회 협회장, 현부용 평화시장 대표이사, 이상봉 패션디자이너 등 동대문 관련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재단 출범이 하나의 전략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라며 “면세점 유치를 위한 노력이 계기가 됐음을 부인하진 않겠지만, 100년이 넘은 기업으로서 기업의 책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유치 결과와 상관 없이 동대문 상권 발전을 완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옥을 옮긴 이후 매일 창문으로 동대문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접하고 있다”며 “나와 두산의 역량을 한 데 모아 ‘동대문 상권을 살리는 데 두산이 한몫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지난 1999년 두산타워 준공 이후 서울 중구 동대문 일대를 텃밭으로 하고 있다. 박 회장의 집무실도 이곳에 있다. 두산은 최근 서울 시내 면세 사업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경쟁 업체 중 유일하게 면세 사업장으로 동대문을 내세우기도 했다. 11월 초 결정될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두산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두산타워 9개층에 1만7000㎡ 규모로 면세점이 설립된다. 서울 동대문은 연간 7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 찾는 명소이지만 최근 상권이 줄면서 20조원에 달하던 상권이 12조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동대문에 면세 사업장이 들어설 경우 첫해 매출 5000억원, 2016년 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은 지역발전을 위한 초기 재원으로 두산그룹이 100억원, 박 회장이 사재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을 출연한다. 재단 초대 이사장은 두산 인사가 아닌 김동호 단국대 석좌교수(전 문화융성위원장)가 맡았다. 지역 문제를 지역주체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기본 취지로 두산이 재단 운영기획과 총괄, 재원 투자 등을 담당한다.
재단은 지역 상공인이 동대문 지역 현안과 상권 발전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하고,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적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도시 설계 분야 학계도 재단에 참여해 동대문 지역의 개발 방향을 제시한다. 공청회 등을 통한 아이디어 공유와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 지역민 컨설팅도 진행된다. 동대문 정보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동대문 소식지와 지역 특화 이벤트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IT업계에서 통용되는 엑셀레이터 개념을 패션업계에 도입해 산업적 시각에서 패션계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전국에서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작업 공간과 자금, 마케팅, 홍보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업실은 동대문 상가 공실을 확보해 활용될 예정이다. 3~4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패션쇼를 열거나 패션몰 두타에 팝업스토어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판로도 지원한다
동대문 지역 상공인을 대표해 참석한 현 대표이사는 “한국전쟁 당시 실향민이 판자촌에서 의류를 만들어 판매하던 것이 동대문의 시작”이라며 “현재 2000여개 점포에서 5000여명이 근무하는 동대문이 이번 재단 설립을 계기로 활력을 되찾고 많은 패션 종사자의 요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