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처리는 국내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직결된다.
대우조선 정상화 논의를 계기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또다른 ‘빅 3’ 조선사와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산업별 구조조정 논의도 채권은행과 정부 안팎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미 산업정책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우조선해양의 방산 부문을 STX조선해양에 넘기고 STX조선은 방산과 크루즈선에 특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산업 구조조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빅3 조선사 거취에 대한 전문가들 견해는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먼저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과, 대형 조선사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바꾸자는 슬림화 전략이다. 후자는 조선부문뿐 아니라 정유, 육상플랜트까지 아우르는 현대중공업은 그대로 두되 규모가 비슷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하자는 게 골자다.
국책은행과 정부 등을 대상으로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자문하고 있는 한 컨설팅업체 임원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건조 선박 측면과 규모, 인력 구조 등에서 매우 유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두 회사를 합쳐 국내 빅3 조선사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의 여지를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까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두 회사의 합병은 방위산업을 하지 않는 삼성중공업과 방산부문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라는 측면도 있는데다 해외 조선사들이 할 수 없는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드릴십,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RIG(반잠수 시추설비) 등에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합병 법인으로 현대중공업 대신 삼성중공업이 거론되는 이유는 이렇다. 먼저 현대중공업은 조선부문뿐 아니라 정유와 육상플랜트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까지 조선업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이 지금보다 몸집을 불리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쳐진 모습”이라며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손실로 삼성중공업의 거취 문제가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은 산업은행이나 삼성그룹이 모두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견해는 지금의 빅3 체제를 유지하되 기초설계능력 미비로 반복되는 손실이 불가피한 해양플랜트 부문을 정리하고 빅3는 선박 수주에 집중하자는 대안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준 최근 상선 대비 해양플랜트 비중은 1:2 수준으로 해양플랜트 비중이 상선의 2배 수준이다. 하지만 기초설계 능력이 미비한 상태에서 중대형 조선사들이 무리하게 이른바 ‘턴키(turn-key)’ 방식 수주에 뛰어들면서 예기치 않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지금의 ‘참사’가 빚어졌다. 설계와 시공을 일괄적으로 담당하는 턴키 방식 도입 이전에는 선주의 설계변경(change order)에 따른 원가·마진 상승분을 조선사가 선주에게 요구할 수 있었던 반면 턴키 방식 도입으로 이 비용을 조선사가 일일이 떠안게 됐다.
한 조선업 전문 애널리스트는 “한국 조선업은 핵심인 기본설계 능력이 전혀 없으며 표준화와 반복 건조의 한계를 갖고 있어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양산업 전망·구조·경쟁기업 분석 없이 수주금액을 늘리는 무모한 해양플랜트 확장에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원천설계능력이 없기 때문에 설계변경이 나타날수록 공정지연이 심해진다”며 “이는 지연배상금 문제뿐 아니라 일반 상선 등 다른 프로젝트의 작업 일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형 해양플랜트가 매력적인 프로젝트인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업의 기본은 상선”이라며 “기초설계능력도 없이 해양플랜트에 뛰어들면서 국내 조선사 인력들의 상선 설계·건조 노하우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육군의 핵심이 보병이고 포병과 기갑은 추가적인 전력이듯 조선업에서 상선 경쟁력이 뒤처지면 해양플랜트 역시 재탈환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술인력에 대한 통합작업 역시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선업을 비롯한 중공업 분야 경쟁력의 핵심은 설계 엔지니어링 역량이기 때문이다. GE는 3만6000명, 지멘스는 2만6000명, 록히드마틴은 7만5000명의 핵심 설계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 엔지니어링 분야 유수 기업인 프랑스 테크닙(Technip)은 4만명의 기술인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조선업이 해양 산업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도, 중국 조선사들의 선박 인도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처럼 원천설계능력을 갖춘 핵심 설계인력 수준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STX조선과 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 대한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은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설계와 수주, 경영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문이 대세다. 이 방안은 채권단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 채권은행 조선업 담당 임원은 “STX조선은 산업은행,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 SPP조선은 우리은행이 각각 주채권은행이라 각자 자행의 이해관계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며 “채권단 논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여러 번 주문해왔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고 토로했다.
개별 조선사의 독자생존은 현실성이 없다는 게 조선업계의 중론이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야드의 한계로 중형선에서 대형선으로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반면, 성동조선해양은 넓은 야드를 뒷받침할 기술력이 부족하다. 저유가로 중소형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탱커선 시장이 둔화됐다는 점도 중소형 조선사 독자생존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 등 대형사와의 위탁경영도 대안으로 거론돼왔지만 현실성이 낮다. 자체적인 영업난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형사들이 중소형사에 기술 이전을 해줄 가능성이 불투명한데다 중소형사가 단순한 대형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우려가 오히려 크기 때문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SPP조선이나 대선조선 등
[특별취재팀 = 노영우 차장 / 박준형 기자 / 전범주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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