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5조원대 손실 사태는 한국 한계기업 부실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손실 규모도 엄청나지만, 이런 내상을 숨기고 선제적으로 관리·대응하지 못한데다 후속조치마저 쉽지 않은 지배구조(거버넌스)의 대표적 실패 케이스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는 벗기면 벗길 수록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는 ‘양파’를 연상케한다. 도대체 얼마나 돈을 넣어야 이 회사가 살아날지, 과연 기존 지배구조와 회사 조직으로 다른 민간 경쟁사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가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부실은 해양플랜트 분야 대규모 손실에서 비롯됐다. 물론 해양플랜트 손실은 대우조선해양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수조원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부실을 가장 늦게 인정했고, 그동안 눈덩이처럼 손실을 키웠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기관리 문제를 노출했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을 비롯한 당시 경영진들은 수조원대 플랜트 손실을 알고서도 연임을 위해 눈을 감았을 가능성이 높다. 2014년 당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모두 수조원대 손실을 고백한 상황에서도 대우조선해양만 유독 손실없이 ‘나홀로’ 수주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은 의문이 남는다. 대우조선 내부에선 “남들이 모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도, 그 자리(대우조선 사장)에 앉으면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의 간택을 받아 경영권을 기지는 대우조선 CEO 쟁탈전은 그야말로 ‘다 먹거나 하나도 못 먹는(All or Nothing) 게임’에 비유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권력을 잡을 경우 사실상 누구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점도 대우조선 리스크를 높인다. 회사 주인은 주주지만, 대우조선의 ‘과도기적’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없다.
산업은행은 올해 6월말 기준 KDB대우증권, KDB자산운용 등 금융자회사 10곳과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등 구조조정기업 16곳, 중소·벤처투자 기업과 출자공기업 102곳 등 직접투자 형태로 128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임직원이 개별산업 생리를 파악해 큰 그림을 그리거나 세부적인 관리감독을 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산업은행에서 직접 내려보내면서 재무와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려 했지만, 산은 측은 부실이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시장에서 산은을 보고 ‘몰랐다면 무능, 알았다면 방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 임직원과 노조들도 이미 ‘주인없는 달콤함’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조직 구성 자체가 기형적이다. 직원 3분의 1에 해당하는 1300여명이 부장급 이상이다. 경직적인 고임금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삼성보다 더 큰 돈 줄’로 불리는 산업은행 그룹에 포함되면서 방만하고 안이한 조직 문화가 뿌리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후발주자로 들어와 저가수주와 불리한 조건의 계약으로 과열경쟁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지적이 많다. 위험관리 없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경영 행태와 생산성은 고려치 않고 임금은 무조건 경쟁사 만큼 받아내겠다는 강성노조 문화도 주인없는 회사에서 나오는 문제점이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거버넌스를 뜯어고치는 민영화로 이어지지 않고는 의미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포대에 술을 따르지 않고는, 수조원의 정부 자금을 지원해도 또다시 썩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민간기업을 상대로 한 제3자 유상증자만이 대우조선
[특별취재팀 = 노영우 차장 / 박준형 기자 / 전범주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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