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않아 ‘소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접근’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미국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지난 2000년 펴낸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이렇게 밝혔다. 소유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상업 문화에서는 접근권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리프킨의 이같은 예상은 10여년이 지난 현재 공유경제로 현실이 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자산이나 자원을 가진 사람들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바일 플랫폼을 바탕으로 쉽게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공유경제는 참여자 개개인에게 더 많은 정보와 권한을 주고, 낮은 비용으로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젊은 세대의 반응을 감안하면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08년 8월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숙소를 등록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190여개국 3만4000여개 도시에서 다양한 가격대의 숙소를 연결해주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2013년 1월 한국에 공식 진출했고, 빠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해외에 투숙한 이용자는 275%가 늘었고, 에어비앤비로 국내에 투숙한 이용자는 270%가 증가했다. 한국에 올라와있는 숙소만도 현재 1만1000개에 이른다. 이는 1년전과 비교해 134%가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돌풍’에 에어비앤비는 힐튼이나 하얏트 등 글로벌 호텔업체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약 200억달러로 하얏트(약 85억달러)보다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차량운송 서비스업체 우버는 안전성과 합법여부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기업가치가 지난해말 기준 4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업체 또한 우버였다. 우버는 지난해 14억달러에 달하는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했다.
북미 시장점유율을 80% 점유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집카(Zipcar)는 연평균 매출액이 25%씩 성장하며 급격히 세를 늘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이같은 공유경제가 단속의 대상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 법제도와 마찰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민박업 등록없이 숙박공유를 하면 불법민박업으로 규정된다. 민박업에 등록하면 외국어 구사 능력 등 규제가 적용돼 일반 가정은 숙박공유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영업중인 자동차 공유업체 ‘쏘카’도 영업은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렌트카로 분류된다
조용수 연구위원은 “기존 숙박업자나 운송업자를 중심으로 규제가 만들어졌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규제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며 “정부가 일일이 단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부가 추진중인 창조경제와도 상통하는 측면이 있어 전향적인 검토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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