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기업발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재탄생한 삼보컴퓨터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부실해진 사업부분은 분리해 감자후 청산등의 절차를 밟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우량사업부문은 따로 때어내 회생시켰다. 이로써 삼보컴퓨터는 옛날의 영화를 다시한번 모색해 볼 수 있는 우량 회사로 탈바꿈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등을 비롯한 각종 부실기업들은 정부 채권단 기업 노조간에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마찰로 기업구조조정이 표류하고 있다. 우여곡절을 거쳤던 삼보컴퓨터 사례는 원칙에 근거한 구조조정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모델 케이스로 거론되고 있다.
대한민국 벤처 1호, 매출 4조원의 신화를 썼던 삼보컴퓨터의 몰락은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PC시장에서 중국,대만 업체들의 저가 공세 그리고 오너 일가의 무리한 사업확장이 낳은 비극이었다. 창업자 이용태 박사가 일궈온 삼보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지금 삼보컴퓨터는 매출 1000억대 회사로 쪼그라들었지만 다시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 둘째 아들인 이홍선 대표(54)가 다시 삼보컴퓨터를 인수해 수익 나는 회사로 바꿨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그가 대주주로 있는TG앤컴퍼니는 중저가 스마트폰인 ‘루나’를 출시하면서 삼성전자, 애플 등 거대 글로벌 제조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보의 부활 스토리는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덩치만 큰 부실 덩어리였던 삼보컴퓨터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 분야만을 분리해 인수한 것이 재기의 출발점이었다.
◆매출 4조원 벤처 신화…무리한 확장으로 몰락의 길
마이크로소프트(1975년)와 애플(1977년)이 세상에 나오기 전인 1970년대 초 이용태 삼보컴퓨터 창업자는 “연구원 100명만 있으면 세계 최고 컴퓨터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며 정부를 설득했다. 하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자 1980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삼보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트라이젬(Trigem)’이라는 브랜드로 PC를 생산한 삼보는 국내 1호 PC 생산업체, 최초 컴퓨터 수출업체등 화려한 수식어를 얻으면서 승승장구했다.
PC산업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자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인터넷과 통신 분야로 확장을 꾀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두루넷과 무선호출, 씨티폰 사업을 하는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하면서 사업 확장에 나섰다. 당시 삼보는 30개 계열사를 거느린 정보통신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에는 매출이 4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의 결말은 부실이었다. 나스닥 상장까지 성사되며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초고속인터넷 업체 두루넷이 경쟁에서 탈락하며 2003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나래이동통신은 급감하는 삐삐 매출을 씨티폰으로 만회하려고 했지만 개인휴대통신 등 휴대폰 보급으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본업인 PC시장에서도 삼보는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멕시코 등지에 대규모 공장을 세우고 물량공세에 나섰다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호된 역풍을 맞았다. 노트북 시장에서 당시 국내에서 삼성, LG에 이어 3위 사업자로 올라섰지만 저가 전략에 급급해 수익성은 바닥이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삼보가 급변하는 IT 시장에서 무리하게 신규 사업을 추진한 것이 몰락을 부추겼다”며 “기업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제대로된 분석없이 신사업에 뛰어든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 7년만에 다시 오너 품으로…기업분할로 재기
이후 삼보는 끝없는 추락의 길로 접어든다. 2005년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증시에서도 16년만에 퇴출됐다. 벤처기업 ‘셀론’이 삼보를 인수하면서 경영정상화를 노렸지만 2010년 다시 워크아웃 절차를 밟으면서 회생은 영영 어려워지는 듯했다. ‘한글과 컴퓨터’ 인수에 나서는등 또 다른 외형 확대에만 치중한 게 원인이 됐다.
이미 망가진 삼보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는 없었다. 결국 채권단은 기업 분할이라는 묘안을 냈다. 삼보가 가진 영업, 마케팅 부문을 떼어내 굿컴퍼니(현 TG삼보컴퓨터)를 만들고 나머지 부실 자산등은 에스컴이라는 배드 컴퍼니를 만들어 청산절차에 돌입했다. 출혈과 고통을 감수하고 썩은 부분을 과감히 떼어내자는 취지였다 .
나래텔레콤(옛 나래이동통신) 대표였던 창업자 차남 이홍선 대표가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120억 원으로 굿컴퍼니를 인수했다. 법정관리 후 7년만에 다시 오너 일가로 회사가 넘어온 것이다. 당시 삼보 채권단 관계자는 “덩치만 컸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삼보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회생 가능한 부분만을 분할해서 이 대표에게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인수한 삼보는 외형적으로는 과거의 삼보와 비교할 바가 못됐다. 당시 인수에 대해서도 “망해가는 회사를 사들였다”,“아버지가 차렸다는 이유만으로 부실회사를 떠앉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홍선 대표의 새로운 도전 ··· 스마트폰 ‘루나’의 돌풍
하지만 탄탄히 내실을 다시면서 지난해 굿컴퍼니 삼보컴퓨터는 매출 1365억 원에 56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로 변모했다. 정부 조달시장 등에 집중하면서 안정적 수익이 나는 회사로 부활한 것이다. TG앤컴퍼니의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부활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루나는 SK텔레콤에서만 단독으로 출시한 모델임에도 지난 9월 초 출시 이후 매일 2000여대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TG앤컴퍼니는 출시 6개월이 되는 내년 2월엔 60만대 이상이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 애플등 대형 제조사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루나
[안정훈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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