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MBN |
스마트폰, 자동차에서 반도체까지 한국의 주력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자·자동차·철강·조선 등 제조업 전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어 한국이 순식간에 따라잡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부단히 높이지 않는 한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 휴대폰·자동차 中 시장서 토종 브랜드에 밀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정상에 군림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점유율이 5위까지 떨어졌습니다. 두자릿수 대였던 점유율도 무너져 9%에 그쳤습니다.
한때 삼성전자가 있던 자리는 중국 샤오미(小米)와 화웨이(華爲)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위협적입니다. 화웨이는 올해 중국 업체 최초로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1억대를 돌파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화웨이는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8.4%의 점유율로 3위를 달리며 삼성(24.6%), 애플(13.7%)을 쫓고 있습니다.
중국은 반도체 시장도 넘보고 있습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쯔광그룹)은 미국 낸드플래시 업체 샌디스크의 간접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성장 가도를 달려온 현대·기아차는 올여름 중국 시장 판매량이 급감해 '중국 쇼크'에 빠졌습니다. 특히 7월에는 판매량이 작년 동기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현대차는 올해 1∼9월 중국 내 업체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6년만에 토종 브랜드에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현대차는 이후 판매 감소폭을 줄이고 있지만 토종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물리치고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전통적인 기간산업인 철강 업종 역시 중국 업체의 밀어내기식 수출로 위기에 몰렸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의 경기 침체로 수요가 둔화하자 철강 제품을 해외시장에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국내에 들어온 중국산 철강재는 7년 만에 최고치(134만 7천t)를 경신했고 아시아 철강가격은 1년 새 40% 떨어졌습니다.
기계 업종은 중국 현지업체의 저가 공세에 수요 부진까지 겹쳐 일부 대기업은 연내 공장폐쇄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경련이 지난해 한국 10대 수출품목의 글로벌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자동차·조선해양·석유화학·정유·철강 등 6대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중국 정부, 제조업 적극 지원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제조업 육성 정책으로 성장세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10년간 혁신 능력 제고, 품질 제고 등 4대 과제를 시행해 2025년까지 독일, 일본 수준의 제조업 강국에 오른다는 목표입니다.
중국은 차세대 정보기술 산업, 항공우주장비 등 10대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며 외자 유치와 해외 투자 진출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연구개발(R&D)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연구개발 지출이 가장 많은 세계 1천개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은 8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4개로 14배 늘었습니다.
◇ 연구개발 확대로 경쟁력 높여야
전문가들은 R&D 투자를 더욱 늘려 제품 고부가가치화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기업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비하는 한편 중국 대외개방 정책에 맞춰 중국 기업과 제휴 협력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산업연구원의 정은미 박사는 제품 구조의 고도·세분화 및 경쟁업체 간 품목 전문화를 통한 기술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정 박사는 철강을 예로 들어 자동차나 전기전자 제품에 많이 쓰이는 고(高)기능성 강판 등 경쟁 우위가 있는 제품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전문 업체 간 인수·합병
제품 품질 경쟁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 한류 등 소프트파워 콘텐츠를 가미한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으로 상당수 업종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만큼 규제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