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의 필요성 혹은 역할에 관해 강조하는 강연과 책이 많다. 실제로 많은 리더들 심지어는 부모들이 자신의 폴로어나 자식들이 더 적극적으로 힘을 내게 만들기 위해 없는 라이벌을 만들어 자극하지 않은가. 하지만 라이벌 의식이 정말 모든 경우에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일까? 아닌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중요한 라이벌 전에서 평소 기량도 발휘 못해서 게임을 그르치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은가. 단순히 요즘 흔히 이야기 하는 멘탈이 약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라이벌에 관한 생각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 다양한 연구들을 해 왔다. 그리고 라이벌이 필요한 상황과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를 대비해 제시하고 있다. 당연히 리더의 입장에서는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라이벌의 의미와 기능을 심층적으로 연구해 온 사람 중 대표적 인물이 버지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벤자민 컨버스 (Benjamin Converse) 교수다. 그의 연구진은 라이벌을 강조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이차적으로 유발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어떤 종류의 일을 잘하고 못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상당한 차별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를 통해서 라이벌에 관한 심리학적 의미와 기능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라이벌 의식을 자극한다는 건 무엇일까. 당연히 어떠한 존재와의 경쟁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은 이른바 업적 관심(legacy concern)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자극된다고 한다. 업적 관심이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이 미래에 어떻게 기억되는가에 관한 관심, 더 나아가 걱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라이벌을 설정하지 않고 경쟁을 자극하지 않으면 업적 관심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상승된 업적 관심은 어떤 일을 할 때 더 그 일을 잘하게 만들까? 컨버스 교수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미식축구(NFL) 팀을 고르라고 했다. 당연히 그 팀의 최고 라이벌 팀도 나올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라이벌 팀을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짜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라이벌 팀은 아니지만 리그에서 강한 4개의 팀을 익이기 위한 전략을 짜보라고 한다. 그 차이를 관찰할 것이다. 이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라이벌 의식이 고취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이 취하는 전략과 각각 잘하는 일들을 관찰해 보았다. 두 경우의 차이는 매우 극명하게 갈린다. 라이벌 의식이 고취되면 첫째, 수비적이기 보다는 공격적인 일에 더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없는 것을 가지기 위한 일에는 적합하지만 있는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일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둘째, 잠시 유보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보다는 달려 나가야 하는 일에 적합하다. 즉 라이벌 의식이 자극되면 ‘잠시 숨죽이고 차분히 기다려보자‘라는 의견보다는 ‘내친 김에 OO까지 치고 나가보자’라는 의견이 더 큰 호응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런 경향을 보인다. 셋째, 순간적인 에너지를 내는 일에 더 좋은 결과를 보이며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는 조심성이 떨어져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종합해보자. 이러한 차이는 이미 위에서 지적했다. 업적 관심이 큰 요인이다. 나의 일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그 관심이 커지면 공격, 달려 나가기, 순간적 힘내기 등에 힘을 쏟게 되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가 쉽다. 하지만 그 반대인 수비, 기다리며 지켜보기, 심사숙고 하며 불철주야로 안정감 있게 일하기 등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조직이나 개인은 자신의 라이벌을 지니고 있다. 리더가 그 라이벌을 의식상에 떠올려 채찍질해야 더 잘 되는 일과 오히려 그러면 낭패를 보는 일이 이렇게 다르다. “자신과 사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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