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우유 재고의 근본 원인도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을 막은 ‘원유가격연동제’에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매년 통계청이 발표한 우유생산비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원유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경우 가격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공급량은 줄어들고 줄이고 수요는 늘어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의 생산비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러한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14년 해외수입과 전기 재고를 포함한 국내의 총 원유 생산량은 389만6850톤에 달한다. 같은 기간 소비량은 375만6955톤으로 남은 23만2572톤이 그대로 재고로 남았다. 쌓여가는 재고에도 원유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지난 해 원유가격을 2013년과 같은 리터 당 940원으로 결정한 데 이어 올해도 원유가격을 동결했다. 그 사이 재고는 더욱 늘어 올해 9월 기준 원유를 보관하기 위래 말린 분유를 원유로 환산한 재고량은 26만2659톤에 달한다. 지난 해 말 23만2572톤이던 재고가 1년도 채 되지 않는 새 3만톤 이상 불어난 것이다.
지난 2013년부터 원유가 과잉생산된 데 비해 우유 소비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도 우유 재고가 늘고 있는 한 원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구당 우유 월평균 구매액은 2012년 2분기 1만4447원에서 올해 2분기 1만2088원으로 16.3% 줄었고 월평균 구매량도 같은 기간 5.79㎏에서 4.92㎏로 15% 감소했다.
우유 소비 부진으로 유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상반기에만 183억원의 적자를 냈고 매일유업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75억원으로 지난 해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고통을 임직원이 분담한다는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월급 일부를 공제하고 유제품을 대신 지급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상수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원유가격연동제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시장원리에 벗어난다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우유 소비가 침체되고 원유가 남아돌게 되면 가격을 인하해 소비가 늘어나도록 해야 하는데 원유 시장은 수급과 무관하게 가격이 기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조정 대신 낙농업계가 선택한 방법은 대규모 젖소 도축이다. 국내 원유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1월부터 젖소 5400마리를 도축했다. 이어 23%를 차지하는 낙농진흥회도 지난 3월 젖소 3633마리를 도축하기로 의결하는 등 올해 9월까지 젖소 도축 두수는 총 5만1315두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8.6%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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