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과는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떻게 다음 리포트를 작성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지난 14일 밤, 영국의 세계적인 유통전문지 무디리포트의 마틴 무디 회장은 친분이 있는 국내 면세점 관계자들에게 이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한국 면세점이 명실상부 글로벌 면세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형화·집중화가 필요하다고 외쳐왔던 그이기에 관세청의 이번 심사 결과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메일의 주요 내용이다.
‘5년 시한부 특허’의 악몽이 현실이 됐다. 지난 14일 연내 마감되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심사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기존 면세점 운영자인 SK와 롯데가 모두 고배를 마셨다. 23년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SK워커힐 면세점은 내년 상반기 안에 문을 닫아야 한다. ‘강남의 랜드마크’로 둥지를 옮긴 후 10년 내 세계 면세점 1위 달성을 꿈꾸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갈 길을 잃었다. 두 기업 모두 결과에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 놓고 있지만 뒤로는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문을 닫을 만큼 영업실적이 부진한 것도 아닌데, 멀쩡히 사업을 잘하고 있다가 간판을 내리게 됐기때문이다.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사업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업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현실화함에 따라 그 후폭풍이 거세다. 졸속 추진된 ‘5년 시한부 영업권’ 이 자칫하면 면세점 산업의 근간을 뒤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현업에 있는 면세점 관계자들에게 당장 공포심으로 작용하는 것은 ‘고용’이다. 현재 롯데 면세점 월드타워점에는 1300명, 워커힐면세점에는 906명이 근무 중이다. 신세계, 두산 등 신규 면세사업자들이 전원 고용승계를 공약으로 내 걸긴 했지만 100% 승계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실제 과거 한 대기업이 지방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실패한 뒤 300명이 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 중 250여 명은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존 사업자가 운영하던 매장의 브랜드 유지가 불확실함은 물론 규모 또한 신규사업자들의 역량에 맞게 재편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면세점 직원들 사이에서는 ‘5년 계약직’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K 네트웍스는 1000억원을 투자해 올해 확장 오픈 예정이었지만 당장 이 비용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시설투자와 인테리어, 이전 비용 등으로 올해만 총 3000억원을 들였다. 면세점이 갱신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면 사실상 투자가 어려운 규모의 비용이다. 실제 이번에 특허권을 획득한 신세계는 5년간 27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고, 올해 7월 신규 면세 사업자로 선정된 HDC 신라면세점은 내년 첫해에만 3500억원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믿고 사업에 뛰어들어 너도 나도 수천억에 달하는 투자를 감수하지만 이 사업권이 ‘시한부’임을 재차 확인한 이들이 글로벌 면세점을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을지는 확답하기 어렵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도 “시내 면세점 투자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5년만에 문을 닫아야 한다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하소연 했다.
‘시한부 사업자’로 전락한 한국 면세점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인 것은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5년짜리 면세점에 샤넬이 흔쾌히 입점할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어 말했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 국가 당 출점 수를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는 초고가 명품 브랜드들의 유치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불보든 뻔한 일이다. 겨우 설득해 입점을 한다고 하더라도 유치에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면세점의 몫이 됐다. 그는 “이제 한국 면세점은 글로벌 대상으로 ‘협상하자’고 할 수 있는 위치도 안되는, 협상력에 있어서는 약체 중 최약체가 됐다”며 “ 과거에는 브랜드와 분담해 처리하던 인테리어 비용, 직원 고용 등에 따른 비용, 일부 반품비 등은 지금 모두 면세점 업체가 떠앉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명품브랜드들은 이번 특허 만료를 앞두고 기업들에게 ‘특허 연장이 되지 않으면 인테리어에 들어간 비용을 모두 보상하고 재고는 알아서 처리하라’는 고지를 보내왔다. 워커힐 면세점은 특허 연장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내 확장오픈 예정으로 추가 사입한 500억원 어치의 물품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여행사들과의 조력관계에서도 면세점의 입지는 낮아진 상황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신규 면세점에 관광객 유치 하려면 여행사들에게 웃돈을 더 주고 명동가던 관광객들을 불러와달라고 하는 수 밖에 없다”며 “5년마다 면세점 위치가 바뀌면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상황은 점점 나빠질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영 안정을 위해서라도 면세점 선정 방식을 정비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공항 상당수가 민
[이새봄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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