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의 1차 협력사는 400여곳에 이른다. 1차 협력사들은 대부분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들로 구성돼 있으며, 현대차와 상생하는 산업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에겐 현대차가 최대 고객이고, 현대차에겐 중견기업들이 현대차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1대에 2만여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 점에 비춰 볼때, 국내 중견기업들이 없다면 현대차는 빠르고 정확한 부품 협업이 어려워지고, 해외업체들로부터 보다 적확하지도 않은 부품을 더 비싸게 사서 써야 하는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된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같은 위상은 없을 지 몰라도, 맡은 바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있다”면서 “국가경제의 한 축으로서 국가경쟁력 제고 뿐만 아니라 대기업 못지 않은 일자리 창출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현대차·SK그룹 매출 능가하는 중견기업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이다. 중소기업을 이끌고, 대기업을 뒷받침하는 경제의 허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또한 기업인들에겐 중소기업에서 성장해 대기업으로 진입하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고 있다. 비교적 소수의 기업이지만 그 위상은 상상을 넘는 것이다.
실제 국내 업종별로 매출액 400억~1500억원 이상 기업인 중견기업 수는 3846개(이하 2013년 기준)로 전체 기업의 0.12%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수출금액을 따지면 876억 9000만달러로 국내 총 수출의 15.7%를 차지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116만 1000여명을 고용해 총고용의 9.7%를 담당하고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볼 때 약 450만가구의 일자리가 중견기업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중견기업의 전체 연매출액은 629조 4000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 278조 3000억원, SK그룹 156조 2000억원, 현대차그룹 150조 4000억원 등 3대 그룹사를 합친 584조 9000억원보다 7%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견기업의 성장세는 날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3436개 대비 기업수는 400여곳이 늘어났으며, 수출액도 같은 해 대비 728억 3000만달러에서 16.9%나 올랐다. 고용 인력도 106만 6000명에서 116만 1000명으로 9% 가까이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서 맹활약하는 중견기업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인 코스맥스는 명품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일반 보급형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약 300여개의 브랜드에 국내외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수출하는 국가만 따져도 100개국이 넘는다. 코스맥스 성장의 요체는 글로벌화를 통한 세계 시장 공략이다. 해외 생산거점이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인도네시아, 미국 등으로 국내 화장품 기업 중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상하이 공장 생산능력 증대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뉴트리바이오텍의 미국 신규공장 가동 및 중국 진출 △미국, 인도네시아 공장 본격가동 등 다양한 모멘텀이 있어 고속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올해 기준 연간 생산능력은 국내,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공장을 다 합쳐 6억개를 넘어섰다. 세계 화장품 ODM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코스맥스는 이를 내년에는 10억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나일론 섬유 및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재료로 쓰이는 카프로락탐(Caprolactam)을 제조하는 카프로는 최근 강력한 원가절감 및 구조조정으로 경영난을 돌파함으로써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카프로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의 수요물량 확보를 통해 내년도에는 18만t이 넘는 생산량을 회복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해 지난 3여 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성화학은 신발창과 합성피혁에 사용하는 폴리우레탄 수지를 제조해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계적인 신발 메이커에 판매하고 있는데, 최근 베트남 현지법인을 통해 신발소재인 EVA 생산공장의 신·증설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다. 동성화학은 이를 통해 내년부터는 괄목할만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의 대표산업으로 불리는 융합기술을 골프에 접목해 세상에 없던 골프문화를 만들고 있는 골프존유원그룹은 올해를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고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중국의 해외법인과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태국, 홍콩,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지역별 유통업체와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또 골프의 본고장인 유럽과 세계 최대시장인 미주시장 개척을 위해 글로벌사업본부와 미주·유럽 사업본부를 중심으로 글로벌 영업,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캐리어에어컨은 ‘캐리어 자연가습 명품 공기청정기’로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난방철이 다가오며 전체 가정의 70% 이상이 석탄보일러를 사용하는 중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공기청정기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캐리어 자연가습 명품 공기청정기는 공기청정, 자연가습, 제균 기능이 탑재된 멀티형 제품으로 동급 국내 최고 수준의 가습량(최대 820㏄/h)과 공기청정면적을 자랑하면서도 동급 최소 소비전력(28w)을 달성한 에너지 절감 제품이다.
◆중견기업 특화 지원책 필요
중견기업들이 날로 성장해 대기업을 향한 재도약의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과 같은 중견기업에 특화된 정부지원책도 요구된다는 게 중론이다. 프랑스의 경우 2008년 경제현대화법을 통해 중견기업(Entreprise de Taille Intermediaire) 기준을 확립하고 세금, 노무, 자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연구개발비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66%의 감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지원금의 30%를 중견기업지원에 할당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매출 5% 증가 기업에 최대 300만유로(약 39억원)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중견기업 500개사 육성을 목표로 올해부터 대출보증, 민간투자 매칭으로 10억유로(약 1조 3000억원)의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대만은 2012년부터 ‘중견기업 도약 추진계획’을 만들고 50개 내외의 기업을 집중지원하고 있다. 대만은 1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연도별로 50개씩 150개 기업에 1000
[기획취재팀=민석기 차장(팀장) / 김제관 기자 / 정순우 기자 / 진영태 기자 / 김정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