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쌀 증류 소주 ‘화요’는 2005년 출시 당시 주류업계 이단아였다.
가격(8000~2만원)이 소주보다 훨씬 비싸고 인지도가 없어 도매상들에게 거부당했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67)은 뛰어난 술맛에 확신을 갖고 전력투구했다. 화요는 지하 150m 암반수와 밥맛 좋기로 유명한 이천쌀을 33~45도 저온에서 증류해 만든 술이다. 일단 마셔본 사람들은 깨끗한 술맛에 매료됐다.
그러나 주류업계 진입장벽은 높았고 지난 10년간 누적 적자는 150억원에 달했다. 가시밭길이었지만 집념과 품질로 버텼던 화요가 드디어 흑자 전환한다. 올해 처음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도자기에서 주류로 영역을 넓힌 조 회장은 “주변에서 ‘불을 가지고 화약고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렸지만 10년 공들인 끝에 화요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화요가 정상 궤도에 오른 비결은 군대 납품과 술문화 전파, 고급 레스토랑 납품 등이다. 2011년 국군 부대에 화요를 공급한 덕분에 면세 혜택을 받았다. 그동안 출고가(제조원가에 광고비, 영업비, 관리비, 이윤까지 합한 금액) 72%를 과세하는 ‘종가세’ 때문에 세금 부담이 컸다. 화요는 제조원가가 비싸 상대적으로 주류세가 높은 편이다.
조 회장은 “한국에서 종가세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고급 주류는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며 “역설적이게도 면세 덕분에 화요가 흑자전환하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군부대에서 맛본 젊은 장병들이 ‘화요 예찬론자’가 됐다. 휴가 때 부모님 선물로 구입하고 제대 후에도 화요를 다시 찾으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미군 부대 납품에도 성공했다.
조 회장은 “미군들이 숙취가 거의 없는 화요 맛에 반했다”며 “전세계 미군 부대에 납품하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술만 파는게 아니라 문화를 만들어 전파했다. 17도와 25도, 41도 화요를 이용한 칵테일 레시피를 술집에 보급했다. 매실청과 화요를 섞은 ‘매화’, 유자청과 소다를 넣은 ‘유화’, 깻잎과 라임을 섞은 ‘가랑가랑’ 등이 인기를 끌었다. 아울러 고급 한식 레스토랑 ‘가온’(2015년 1월 오픈)과 ‘비채나’(2012년 10월 오픈)를 열어 화요와 음식의 절묘한 궁합을 알렸다.
조 회장은 “외국 술만 파는 강남 유명 클럽에서도 화요 칵테일이 유행하고 있다”며 “화요를 음미하는 잔술 문화로 건전한 음주 풍토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스키 종주국 영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2014년 영국 식료품 백화점 ‘포트넘 앤 메이슨’에 입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영국 소호의 고급 한식 레스토랑 ‘진주’에 화요를 공급했다. 스타 셰프이자 한국계 미국인 쥬디 주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오렌지를 곁들인 화요 칵테일 ‘진주 화이트 네그로니’ , 유자와 인삼이 어우러진 ‘싸이샤워’가 호평을 받았다.
쥬디 주는 “화요의 맛과 품질, 가치에 영감을 받아 협업을 결정하게 됐다”며 “동양인보다 런던 애주가들이 더 화요를 즐겨 찾는다. 사케와 와인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한국 증류주가 세계 주류 시장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요는 지난 1일 문을 연 ‘진주’ 홍콩지
조 회장의 다음 목표는 중국이다. 지난달 말 상하이에 한식 레스토랑을 열기 위한 현지 시장 조사를 마쳤다.
그는 “식당을 먼저 열어야 술과 도자기를 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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