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그나마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또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막을 수 있는 힘은 재정 건전성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전체적으로 적은 빚을 보유하고 있어 위기 때 버틸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2.3%로 내다봤다. 한국의 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서는 것은 내년이 처음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앞다퉈 적자 재정을 편성해 국가채무가 크게 증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의 내년 평균 국가채무 비율 예상치는 115.4%다. 영국(115.5%), 미국(111.4%) 등도 모두 100%를 넘는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지난 9월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 한 단계 올리고, 바로 다음날 일본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떨어뜨린 주 요인도 재정건전성의 차이였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구조개혁이 더뎌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복지분야 의무지출이 계속 늘어날 경우 재정건전성이 금방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일본 아베노믹스가 만약 실패한다면 그 이유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해 정책 지속성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꼽히기도 한다. 일본은 OECD 국가 가운데 빚이 가장 많은 나라로, 내년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무려 232.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으로서는 디플레 탈출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특히 일본은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영업이익 증가→투자 및 임금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몰입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이 선순환 구조가 잘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활력을 되찾은 일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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