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금리인상 발 유동성 악화와 소비위축 등 긴축 국면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만 올라도 정상적인 기업경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조사 대상의 80%에 달했다.
매일경제신문이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국내 400여개 기업에 경영계획 조사 설문을 받은 결과, 금리가 이상되면 기업경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328개사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대기업(80.5%)이나 중소기업(82.4%) 모두 금리인상은 기업경영에 큰 타격을 준다고 답했다. 금리와 기업경영은 별 상관 없다는 의견은 68개사로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다른 어떤 대내외 요인보다도 향후 닥칠 금리인상발 긴축 후폭풍에 기업들이 큰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맨털)과 성장성을 결정하는 게 인력과 기술 이라면, 기업의 생존과 관련된 최우선 요소는 유동성(돈의 힘)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물과 공기가 필요하듯, 대부분 기업들도 은행과 채권시장의 도움없인 버텨내기 어렵다.
특히 최근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금융사의 저리 대출로 근근히 연명하는 한계기업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기업들의 목을 조이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1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로 6개월 연속 동결하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가 곧바로 따라 올리는 건 아니다”라며 기업들과 금융시장을 토닥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상적인 기업경영이 가능한 금리인상 한계치는 지금보다 얼마나 높은 수준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선, 0.5%포인트만 높아져도 정상적인 기업경영이 힘들다고 대답한 기업이 41.1%로 가장 많았다. 0.6~1.0%포인트가 정상적 경영활동의 한계치라고 답한 기업도 40.8%나 됐다. 한국기업 열 곳 중 여덟 곳은 시중금리가 지금보다 1.0%포인트만 높아져도 비상경영에 돌입해야 할 판이란 얘기다.
특히 한계상황에 몰려있는 섬유와 의류 업종은 금리를 0.5% 포인트만 높여도 정상경영이 어렵다고 말한 기업이 각각 72.5%, 68.4%에 달했다. 극심한 수주란을 겪고 있는 조선업종은 67.5% 회사들이 0.6~1.0% 포인트를 정상경영의 한계치로 응답했다.
실제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유럽과 일본이 돈을 풀더라도 전세계 금융시장은 팽창에서 긴축으로 대전환이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실제적으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우려가 커진다. ‘2016년 어떤 구조조정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열 곳 중 여섯 곳(59.8%)이 구조조정 계획이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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