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본이탈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동과 중미의 산유국 등 세계 각국이 즉각 금리를 올리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하루 만인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4개국은 기준금리를 연준의 인상 폭과 같은 0.25% 포인트씩 올렸다.
이는 미국 달러화 페그(달러 연동 고정환율제)인 사우디 등 걸프 지역 산유국 5개국이 달러와 자국 환율이 그대로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쿠웨이트는 2007년 달러 페그를 포기했으나 국제 통화바스켓에 달러화 비중이 가장 크다.
이 밖에도 조만간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이 금리 인상 대열에 가세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이들 달러 페그제 운용 국가들은 이를 뒤쫓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은 산유국으로선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통상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낳고 이는 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
가뜩이나 걸프 산유국은 지난 1년 반 동안 추락한 유가로 수입이 줄어든데다 예멘 내전 개입과 '이슬람국가'(IS) 사태, 시리아 내전 등에 따른 '안보 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해 재정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따라서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로 유가 하락세가 고착된다면 산유국으로선 곤란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저유가로 '오일 달러' 유입액이 줄어들면서 걸프 지역의 유동성에도 '경고등'이 켜졌으며, 걸프 지역 산유국은 내년 평균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정도까지 오르는 것으로 보고 예산을 편성하고 있어 유가가 기대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재정 적자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이 지역 금융 중심지인 UAE의 경우 은행간 금리(EIBOR·3개월)가 올해 초 0.677%에서 16일 현재 0.988%까지 올랐다. 이는 2013년 5월 이후 가장 높으며, 그만큼 시중에 돈줄이 말랐다는 뜻이다.
걸프 지역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속속 결정하면서 시중의 유동성은 더욱 압박을 받게 됐다.
미국 연준의 9년여만의 금리 인상은 걸프 지역의 환율 정책을 또다시 논란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원유 수출에 국가 재정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이들 산유국은 재정 확보의 예측가능성을 위해 달러 페그를 유지해 왔다.
장기적으로 저유가에 대비하려면 달러 페그에서 벗어나 환율
그렇지 않으면 이번처럼 유가는 내려가는 데 금리는 올릴 수밖에 없는 불일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편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됨에 따라 기준금리 22%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으며, 우크라이나는 한때 30%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지난 8월과 9월에 인하했다.
미국 금리인상
/온라인 이슈팀 @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