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부터 청각적인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이명(귀울림)의 발생 원인이 달팽이관이 아닌 대뇌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을지대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유형의 청력과 이명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을 선별하여 음향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이명의 발생이 난청을 유발하는 달팽이관의 손상 정도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달팽이관 손상에 반응하는 뇌의 청각기능 변화과정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밝혀내고, 이를 세계적 뇌신경과학 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소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명은 외부의 소리 자극없이 주관적으로 소리를 느끼는 이상감각 현상으로 객관적인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구에는 많은 제한이 따른다. 그 동안 많은 학자들은 이명이 일상생활에서 언어를 분별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이를 증명한 연구는 없었다.
심현준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유형의 청력을 가진 이명환자 및 정상인을 네 그룹을 나누었다. 첫번째 그룹은 양측 청력이 정상이고 이명은 한쪽에만 있는 환자 9명, 두 번째 그룹은 양측 모두 같은 정도의 난청이 있고 이명은 한쪽에만 있는 환자 12명, 세 번째 그룹은 양측 모두 같은 정도의 난청이 있고 이명도 양측에 있는 환자 9명, 마지막으로 네 번째 그룹은 양측 청력이 정상이고 이명이 없는 15명의 대조군이다.
연구팀은 4개 그룹에 대해 음향심리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음향심리학적 분석이란 물리적인 소리 신호를 대뇌의 청각 영역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다양한 높낮이, 지속시간, 그리고 음색을 가진 소리가 우리 뇌에서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규명하는 방법이다. 심현준 교수는 “이명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리적인 소리 자극 없이 인간의 대뇌 청각영역이 소리를 인지하는 일종의 이상감각 현상”이라며 “음향심리학적 분석을 이용하면 이명이 우리 청각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명의 발생기전이 어떻게 되는지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말소리는 일차적으로 속귀에 있는 달팽이관에서 그 주파수 높낮이와 시간변화를 분석하고 그 정보가 대뇌의 청각 영역에서 소리의 의미를 인지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에 심현준 교수팀은 각각 4개의 그룹에 대해 4가지 방법으로 음향심리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이명은 난청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명은 달팽이관 손상으로 촉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양측 귀에 청력이 같지만 한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경우 ‘달팽이관 내부에 청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손상의 차이’가 이명을 발생시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양측 청력이 같고 한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환자(그룹 1과 2)들에게서 청력이 정상이거나 난청이 있거나 상관없이 이명이 있는 귀와 없는 건강한 귀 사이에 주파수 및 시간변화 분별력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리의 주파수 및 시간변화 분별은 1차적으로 달팽이관에서 결정된다. 결국 이명이 있는 측과 없는 측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은 이명이 있는 측의 달팽이관 기능이 더 나빠져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명이 있는 측 귀가 건강한 측의 귀에 비해 언어 분별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은 이명이 달팽이관이 아니라 대뇌 청각영역의 선택적으로 작용해 말소리를 차폐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통상 언어분별력은 주파수 및 시간변화 분별력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연구 결과와 같이 탈동조화를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일반적인 소리 청취 경로와 다른 특수한 경로로 이명이 발생하고 인지됨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이명의 발생이 난청을 유발하는 달팽이관의 손상 정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달팽이관 손상에 반응하는 뇌
이번 연구 성과는 내년 3월 영국 노팅험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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