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맥주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다. 다양해진 수입 맥주가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맞춤형 맥주로 등극했고, 그 중에서도 칭따오와 산토리 등 아시아 맥주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이에 맞서 국산 맥주들 또한 연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연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경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연말 대목을 위해 한정판 마케팅까지 펼치며 내년 맥주 시장 선봉에 서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올 한해 맥주 업계 트렌드는 ‘N.A.L’로 요약할 수 있다. N은 New(신제품), A는 Asia(아시아), L은 Limited Edition(한정판)이다.
◆신제품으로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New)
올해는 유난히 맥주 신제품 출시가 활발했다. 오비맥주가 앞장서 천편일률적이었던 국산 맥주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본격적인 맥주 성수기를 앞두고 프리미어 OB 바이젠(6월), 카스비츠(7월)’, ‘프리미어 OB 둔켈(10월)까지 3개의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통상 2년을 주기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주류 업계 관행과는 달리 다양한 제품으로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을 잡으려는 전략이다.
프리미어 OB 바이젠과 프리미어 OB 둔켈은 오비맥주의 브루마스터 셀렉션 작품이다. 프리미어 OB 바이젠은 화이트 비어로 독일산 밀맥아와 유럽산 보리맥아만을 사용하고 독일산 프리미엄 홉을 엄선해 독일 바이젠 맥주의 독특한 맛과 향을 구현했다. 프리미어 OB 둔켈은 국내 첫 올몰트 블랙 라거로, 초콜릿 맥아와 최고급 홉을 사용해 흑맥주 특유의 구수한 풍미와 풍부한 향을 자랑한다. 오비맥주는 국산 맥주에서 볼 수 없었던 뛰어난 맛과 우수한 품질의 브루마스터 셀렉션으로 한층 높아진 맥주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예정이다.
카스비츠는 디자인에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해 젊은 소비층 겨냥에 나섰다. 비대칭의 곡선형 병 모양에 강렬한 코발트블루 색상을 입혀 세련미와 역동성을 담았다. 클럽이나 바에서 서서 맥주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특징을 고려한 곡선형 병 모양은 그립감까지 높여 디자인 독창성뿐만 아니라 실용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 맥주의 선전(Asia)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맥주 수입 금액은 약 1억18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입액 1억1200만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대비 26.9% 급증했다. 이처럼 수입 맥주의 인기가 치솟는 가운데 과거에 유럽 맥주가 강세를 보이던 국내 시장에서 아시아 맥주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일본 맥주의 경우 3400만달러 어치가 수입되며 올해 가장 많은 수입액을 기록하는가 하면, 중국 대표 맥주 칭따오는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유행어까지 만들며 올 한해 가장 히트친 수입 맥주 반열에 올랐다. 중국 맥주 수입액 또한 12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61.7% 증가해 전체 수입 맥주 국가 4위를 기록했다. 소비자의 인식 또한 변화했다. 지난 11월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리얼미터 코리아 톱 10브랜드 맥주 선호도 조사에서 수입맥주 중 가장 높은 4위를 기록해 국산 3개 맥주를 바로 뒤를 이었다. 특히 칭따오는 20대에서 23.1%의 선호도를 기록하며 20대 선호도 전체 1위를 차지해 성장 가능성도 보였다.
◆한정판 마케팅…맥주업계까지 점령(Limited Edition)
올해는 한정판 열풍이 국내 맥주 업계까지 번졌다. 국산과 수입 맥주 가리지 않고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비맥주는 맥주 성수기인 5월부터 8월까지 시원한 파란색으로 여름 맥주의 청량감을 강조한 카스 후레쉬 한정판 패키지 ‘카스 블루캔’을 여름 맥주 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에 질세라 하이트진로는 22년만에 ‘크라운맥주’를 부활시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복고 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연말까지 판매되는 한정판으로 1980년대 향수를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1차, 2차 물량이 전량 소진돼 현재 3차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히며 하반기 하반기 맥주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수입 맥주도 한정판 열풍에 가세했다. 삿포로 맥주는 겨울을 맞아 리미티드 에디션 ‘겨울이야기’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겨울이야기는 매년 일본에서 겨울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제품으로 일본 맥주 마니아에게 소장 욕구를 자극하며 매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한 겨울이야기는 흰 바탕에 눈송이 무늬로 눈 내리는 설원을 연상시키는 패키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올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만큼 내년에는 맥주 업체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위한 마케팅도 내년 초부터 활발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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