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국 사람 만큼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은 없어요. 한국인의 이런 특색은 국경없는 소비시대에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물건을 팔 수 있는 최고 강점이 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 3대 종교는 기독교와 불교, 이슬람교다. 하지만 온라인 소호몰을 만드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카페24’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기업 ‘심플렉스 인터넷’의 이재석 대표(47)은 다소 특이한 종교를 지지한다. 바로 ‘스타일교’다. 실제로 스타일교라는 종교는 없지만, 그가 ‘스타일’이라는 개념에 대해 갖고 있는 확신이 가히 종교 수준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최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심플렉스 인터넷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유대인이 세계의 금융을 지배하듯이 한국 사람들이 전 세계의 스타일을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며 “온라인으로 국경 없이 물건을 사고파는 해외 직판 시장이 확대될 수록 그 시대는 점차 가까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스타일’이라는 용어를 명확히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뭔가 다른 느낌’이란다. 그리고 이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줄 아는 사람들은 한국인이다. “자동차로 치면 벤츠, BMW 처럼 과거에는 ‘브랜드’가 제품의 가치를 결정했지만 사회적 부가 상승한 이제는 브랜드를 떠나 특정 제품이나 특정 공간이 가지는 2% 다른 무언가가 사람을 사로잡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스타일’을 찾아내는 데 특화된 재능을 갖추고 있어요.”
그는 “일례로 한국 옷이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해외에서 잘 팔리는 이유가 바로 브랜드력 때문이 아니라 튀지 않으면서도 매력있는 디자인과 코디 때문”이라며 “옷 뿐만 아니라 음악, 화장품, 가전 등 모든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년 전에도 그는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그야 말로 ‘뜬 구름 잡는 소리’였다. 한국에 앉아 해외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일반인이 ‘천연기념물’ 수준인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카페24도 당시 국내 쇼핑몰 제작 플랫폼만 갖고 있을 뿐 해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5년 새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카페24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진 외국인 대상 쇼핑몰만 5만개에 달하고,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는 올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단 5년새 일어난 변화 치고는 매우 놀랍지만, 이 대표는 “생각보다 지금까지는 (세계) 시장이 열리는 속도가 늦었다”며 “앞으로 훨씬 더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국내 매출의 10배이고,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도 중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봐요. 아직 해외 직판 시장이 초기 단계이지만 올해부터 일부 고객사 중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이재석 대표는 소위 ‘역직구’라고 불리는 시장은 전자상거래의 발달과 FTA 등을 통해 국가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점차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만약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완벽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대체 누가 아마존 영어 사이트를 굳이 찾아들어가 ‘직구’를 하겠냐”며 “마찬가지로 중국 사람들이 한국 쇼핑몰을 찾아와 물건을 산다는 뜻의 ‘역직구’는 국내 쇼핑몰이 현지화된 쇼핑몰 형태로 진출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을 파는 역직구몰이 아니라, 판매자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스타일리시한’ 제품을 선보이는 ‘직판몰’이 되어야만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상 ‘조금 앞’을 내다보는 그에게 5년 후 온라인 시장을 물었다. 그는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어떤 확답도 할 수 없다”면서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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